함수씨일기 (2018.01.06)
태어나서부터 계속 배워왔다.
학생 이전의 배움이란 생존과 관계를 위한 배움들.
학생때의 배움이란 청년 이후 삶의 형태를 결정하기 위한 매뉴얼 익히기 같은건데, 지금생각해보면 청소년때 가는 유치원 같은것 이라고 느낀다. 가족구성원의 어른에 해당하는 부모들과 형제들도 각자의 생계와 일상이 있어서 학교를 보내는 것은 그들을 위한 효율적인 기관인 것이다.
그렇게 입시를 마치고. 학교가서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고, 직업과 창업을 위한 배움을 받다보면, 직업으로 삼을 것은 아니지만 일상이 되고 취미가 될 수 있는 배움들이 남게 된다.
이전까지의 배움이란 목적성이 있거나, 무엇인가에 영향을 받아서 시작되고 끌려다닌게 많았다면, 요즘의 배움이란 스스로 선택하고 깊이 알기위해 찾아나서는 배움들이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야 그런 배움의 즐거움들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이젠 그렇게 시작한 취미들이 대부분 10년가까이 곁에두는 일상이 되었다.
20년 넘은 취미도 있으니 이젠 일상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가진 일상같은 취미들(직업이 아닌- 내가 시간을 내어서 즐기는 것을 유지하는 것)은 많다고 볼 수 있다. 어릴적부터 낙서와 그림을 그려온 것은 이미 하는 일에 녹아들어있고, 사진찍기는 18년, 자전거는 6년, 커피도 10년, 홍시랑 지낸지도6년. 등등. 햇수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오래한 만큼 일상의 일부가 된 것들이 많다보면 새로운 것을 일상에 집어넣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새로운것을 경험하거나 배우는 시간은 스스로 줄이게 되었다.
입시나 취업을 위한 배움을 안해도 별일 없는 시기에 오니. 이제는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은 진심으로 하고 싶어야 할 수 있고 짬을 내서라도 하게 되는 것들이다.이런 마음으로 배운다는 것은 참 고마운 것이다. 왜 어릴적에는 학생이란 신분이 우대받고 시간과 환경이 주어졌을 때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을까.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거나 비교하는 것은 망상일 뿐이니. 지금의 기회를 고맙게 생각 할 수 밖에 :)
작년부터 소묘를 1년간 배웠다. 주 1회정도로 연필소묘를 했다. 미대나와도 내 그림에 대한 진실은 알고있다.
내가 잘 알고 그리는건지. 어느정도의 타협을 스타일처럼 마무리를 짓는 것인지. 결국 1년을 배우고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전에 몰랐던 소묘에 대한 이해는 몇가지 확신을 얻게 되었다. 선생님이나 다른 수강생들처럼 멋진 작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배웠으니 괜찮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모션 그래픽을 배우러 아침부터 짐을 챙겼다.
다른 수강생들과 달리 나는 학생. 취준생. 관련직종인도 아니었다.
호기심과 답답함. 그리고 삶의 기록을 위한 배움의 시간이다.
공부와 배움은 다르다. 두가지는 계속 섞여서 공급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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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정기적으로 만나러 가는 후배네 집에 가서 함께 보드게임도 하고
아이와 강아지와 놀아주고, 맛있는 밥도 함께 먹었다. 이웃사촌이 없는 요즘
마음 통하는 지인과 거리가 멀어도 이웃이 되기 위해 서로 시간을 배려하는 사이인지라 고맙고 애틋하다.
호야네서 식물에 관심이 생긴 나를 위해 따로 삽목을 해두었다는 뱅갈 고무나무 묘목을 받았다.
미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발그레 취한 그들이 나의 빈자리를 아쉬워해주니 마음이 뭉클했다.
빵집아가씨가 내 이름을 기억한다며 톡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