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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수씨 홍시아빠 Jan 06. 2018

집중하면 이해되는 것들

함수씨일기 (2018.01.05)

많지 않은 사무실 인원에서 2명이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워낙에 소규모로도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잘 지내왔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는데,

연초에 이러다 보니 결국 몇 일 만에 일이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멤버들과 다른 업무파트가 중심이라, 일이 많아진 멤버를 완벽하게 도와줄 수는 없기에.

내심 맘이 미안하고 그랬는데, 결국 나에게도 낯설은 업무가 주어졌다.


물론 내게 주어진 일은 원래 그 업무를 하던 멤버들에게는 어려운 작업은 아니고

시간을 쓰게 되는 업무에 해당되는 작업이지만, 작업의 효율과 목적성, 완성도를 모르는 내게는

하루종일 시간을 쓰게 되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래도 고사리손이라도 도움이 된다면야~ 하면서

설명을 듣고 파일을 열어보면 아까 들은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허허.

계속 물어보려니 자리에도 없고, 안그래도 바쁜 멤버들을 결국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설명들은 것을 생각해 내며 맞춰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맡은 작업은 생산된 제품을 담을 크래프트 박스를 디자인 하는 작업이다.

디자인이나 아트웍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주어진 데이터에 맞는 박스를 디자인 하는 작업이다.

그래픽과 정보를 표기하고 바코드 등을 표기하는 작업이다. 꼼꼼한게 중요한 작업 포인트.

문제는 평소 이런 꼼꼼스러운 반복되는 정확한 작업을 늘 피하고 살아왔던 관성 때문에 그 중요한 작업포인트가

잘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결과물을 비슷하게 만들긴 했는데, 완성도를 떠나서 이 파일로는 생산 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만들어진 도면은 이미 그 작업에 익숙한 여러 다른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면이고 매뉴얼/설명서 같은 개념의 작업이라. 기계가 한것 처럼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었다. 퇴근을 앞두고 새로 작업을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사실 지능의 문제인지 게으름의 문제인지. 작업포인트를 잘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년도의 같거나 유사한 파일을 찾아서 하나하나 눌러보며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숫자와 형식이 바뀐 것 외에 도면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생산되는 박스의 포맷등은 크게 변함이 없어서

기록된 것들을 바탕으로 새로 만들어질 것들에 적용 하면서 파일을 수정해 나갔다.

같은 확인 작업을 몇 번을 하면서 샘플이 될 결과물 한 두개를 만들고 나니 처음 작업할 때보다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마음이 편했다. 분명 이 작업의 성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꼈다.


야근을 같이 한 멤버들과 신나게 야식도 먹고 에라이 불금이다 맥주도 한 잔 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작업을 나름대로 완수했다는 기분이 썩 괜찮아서 머릿속에 박스들을 떠올리며 야경을 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빌딩들을 바라보다 보니 툭하니 몇 사람의 얼굴이 풍경위에 오버랩이 된다. 늘 하던 생각들도 다시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늘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먼지 쌓인 생각들과 이름들이다.

지금은 일부러 꺼내보지 않는 것들. 나는 그 생각들과 이름들과 늘 안맞는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들과 불편한 시점에서 집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해되지 않는 것,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 이해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것이 이해가 되건, 타협이 되건말건, 이해한다고 다가올 두려움이 뭔지를 떠나서. 

조금더 꼼꼼히 살펴보고. 생각해보며 집중했다면 파악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사에 늘 힘겨워 하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행동보다 욕심이 많아서라고 자책모드로 넘기곤 했는데, 집중을 해서 나를 되돌아 봐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생존하고, 공존의 역할을 만들고,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집중이란 것은 눈이 한가운데로 모이는 집중! 의 의미만은 아니다.

이런거 보면 한자가 재미있는 언어이다. 集中(집중: 한곳을 중심으로 해서 모임. 등)

그 한 곳은 중심이기도 하고, 중심이 아닌 곳이기도 할 수 있다.

어느 곳이든 중심이 될 수 있고, 중심이란 것은 다른 것들의 균형을 맞추게 되는 균형점이 되기도 하는 곳이다.


집중해서 나의 마음 구석에 먼지쌓인 것에 앉아서 중심을 구해야겠다.

날이 춥다 감기 조심하자. 

새롬씨에게 엽서가 도착했다. 도시에서 만나기 힘든 달팽이 같은 분이다.





-오늘의 다짐-

1. 스트레칭을 하고 자자

2.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적당히 자야 한다. 알람믿고 4시에 잠들지 말자.

3. 새롬에게 답장을 하자


-오늘의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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