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남편의 회식 소식.
J형 인간인 나는 재빠르게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최후의 만찬은 무엇으로 할지. 그리고 최후의 만찬을 빛내줄 영화로 무엇을 볼지.
"아악! 엄마 말 좀 들어!"
한시간 반 빡세게 놀이터에서 뛰놀고 와서 바로 두 아이들을 씻긴다. 한 손으로 민준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착착. 물기를 재빠르게 닦는다. 로션도 한큐에 쓱싹. 그 다음은 수호 차례. 손목이 살짝 시큰하다.
이후 머리 말리는 동안에도 도망다니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씨름을 하고 있다.
민준이를 잡아와 옷을 입히고..다시 수호를 잡아와서 기저귀를 채운다.
살짝 조깅한 것처럼 숨결이 빠르다. 정신없이 냉장고를 열고 아이들 저녁을 준비한다. 배추 된장국을 끓이면서 무나물 볶음을 볶는다. 척척 아이들의 저녁 식판을 채운다. 극한의 시간은 저녁시간이다. 민준이와 수호가 서로 낄낄거리며 누가 더 음식들을 떨어뜨리는지 내기를 한다. 나는 무릎을 꿇고 밥풀떼기들과 떨어진 풀떼기들을 줍는다. 그 순간에도 숟가락이 하나 떨어진다.
참자. 참아....이제 육회 시킬 시간이야.
아이들과 자동차 놀이, 블럭 놀이를 한참 하고, 장난감을 대충 치우고, 약을 먹이고, 양치를 시키고... 이제 마지막 관문... 두 아이들 재우기. 책을 읽어준 뒤 민준이에게 잘자라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재빨리 수호를 재우기 시작한다. 한 두 차례 민준이가 수호 재우는 걸 방해한다. 거의 다 잠든 수호가 깼을 때는 돌아버릴 것만 같다. 몇번의 재시도 끝에 수호를 겨우 재우고 민준이를 다시 재운다. 혼자 잘 잠들던 민준이가 오늘 같은 날 더 보챈다.
그래... 더 극한으로 치닫을수록 몸 안에서 뭔가 뜨거운게 끓어오른다. 극한의 희열이 느껴질 정도다.
육회 도착했을텐데.... 하고 마음이 급하다. 생각보다 민준이가 늦게 잠들어서 50분이나 딜레이됐다.
9시 50분.
허기져서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육회의 포장을 풀기 시작한다. 마음이 쿵쾅쿵쾅 설렌다.
만찬을 풀셋팅하고... 고르고 고른 영화를 틀기 시작하였다. 흑임자소스에 육회를 푹 찍어 무순과 함께 입에 털어넣는다. 그리고 차가운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킨다.
'캬~~~~'
나의 밤은 지금부터다. 극과 극의 밤. 극한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극락의 밤.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