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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이혼하자

by 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아들도 대학 입학했으니 우리 이제 이혼하자

대체 나는 당신이 싫다는데 왜 이혼 안 해주니" 이미 아내로부터 수없이 들은 얘기라 나는 이번에도 한 귀로 듣고 자리를 피해 버렸다.

우리 부부 사이에 이혼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아마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본가에 다녀온 뒤로 당신은 왜 어머님이 뭐라 나무라실 때 도와주지 않고 자리를 피하냐며 작은 말다툼으로부터 부부 싸움은 시작됐다.

사실 나는 애초부터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힘겨루기에 끼어들 생각은 없고 시간이 지나 집으로 돌아가서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서로의 안 좋았던 감정들은 다 사그라들고 잊힐 줄 알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아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했던 것 같다.

시댁에 갈 때마다 결혼하기 전 당신 아들(뭐든지 원하는 대로, 하라는 대로 다 하던 소년) 대하듯 짜네, 맵네, 이것저것 다 참견만 하고, 설거지 하나도 안 도와주며 "동그랑땡 해야 한다, 잡채도 해야 한다"라고 시키기만 하고, "일요일엔 애 데리고 절에 좀 나와라" 등등 일하는 아내 옆에서 구시렁구시렁거리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날따라 아주 작정을 했는지 어머니와 아내는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급기야는 욕을 하며 싸우는 것이었다.

나는 참다 참다못해 어머니와 아내에게 너무나 화가 나서 앞으로 우리 집엔 안 와도 되니까 그만 가자라고 말하면서 먼저 내려가서 기다릴 테니 아들 데리고 내려오라며 짐만 챙겨 부모님께 인사도 하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나와 버렸다.

아내는 내게 전화를 걸어 올라와서 인사라도 하고 가라고 말하면서도 내 고집을 못 이기는 척 이내 아들과 함께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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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의 '국어교과서작품읽기 중1시'를 읽고 운명인 듯 글을 씁니다. 삶이, 자연이, 사물이, 일상이 글이 됩니다. 우연히 내게 온 당신께 길을 내기 위해 노크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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