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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정법원 판사라면

판사가 무섭긴 한가보다.

이제 와서 다들 자기들만 변호하려 든다.

정작 나를 울린 것은 당신들인데 자기들의 입장만 정당화하려고 한다.


어머니는 폐결핵 걸려 죽을 뻔한 나를 살렸다고 하신다.


어떤 부모든 자식이 아프면 그렇게 했을 거라고요,

나도 당신을 만나 초등학교 때 육성회비 5천 원이 없어 동구밖에서 그 비를 다 맞고 울면서 학교를 못 갔다고요,

매일 김치만 싸줘서 애들 창피해서 반찬 뚜껑 열고 밥을 먹지 못했다고요,

당신을 도와주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 끝나면 당신이 일하는 곳에 가서 관광버스 청소 도와주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먹다 남기고 간 찐 계란, 귤 등을 먹으며 새벽까지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요,

이사 다니기 얼마나 창피하고 힘들었으면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대출받아서 집을 샀겠냐고요,

그때 띄어 놓은 주민등록등본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요,

일찍 돈 번다고 남들 다가는 대학 포기하고 특성화고 간다고 했을 때 말리시고 하나뿐인 아들 어떻게든 대학 보냈어야 하는 거 아니었냐고요,


아내는 자기가 아니면 지금도 노총각일 텐데 자기가 나를 구제해 주었다고 한다.


나도 당신 힘들까 봐 직장도 그만두게 하고 가정만 꾸리며 돈벌이의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살게 했다고요,

당신의 의견에 한 번도 어긋나지 않게 당신이 하자는 대로 다하지 않았냐고요,

당신이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다 했다고요,


장인, 장모는 당신들이 농사일하느라 몸이 힘들고 여기저기 아파서 나에게 말을 막 했다고 한다.

내가 모양새 없이 다녀서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다고 한다.


난 안 힘들었냐고요? 나도 주말마다 농사일 돕느라 휴일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너무 힘들었다고요,

그래도 아내의 부모기 때문에 다 이해했고 아내랑 싸우지 않으려고 참고 았다고요,

싫은 소리 해도 어른이 하시는 말씀이니 다 이해하려 했다고요,


누나와 동생들은 부모님이 불쌍해서 나와 아내를 다그쳤단다.


하나뿐이 남동생, 오빠는 불쌍하지 않았냐고요,

남자 혼자라 너무 외롭겠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냐고요,

엄마를 계도하기 위해 며느리를 이해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노력해 봤냐고요,

며느리 흉이나 보고 뒤에서 엄마만 부추기고 다들 그러시지 않으셨냐고요,


내가 혼자 울 때 당신들은 뭣들 하셨냐고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봤냐고요,

내가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황할 때 당신들은 편하게 잠을 자지 않았냐고요,


당신들은 모른다고요,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삭며 참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참고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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