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들로 일주일 만에 러닝을 나왔습니다. 꽃가루가 휘날리지만 미세먼지보다는 괜찮을 것 같더군요. 제법 올라간 기온에 이제 봄이 떠나고 다음 계절이 올 준비를 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일까요. 노오란 민들레보다는 하얀 솜털 같이 보송보송한 민들레 홀씨들이 길거리에 피어있네요. 바람에 따라 하늘하늘 춤추듯 자유롭게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가 사라지면 여름이 오겠더군요.
갑자기 올라간 기온과 내리쬐는 햇볕 덕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호흡은 들쑥날쑥하고 땀은 비 오듯 흐르더군요.그래서인지 다리와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따사로운 오후에 서로 마주 보거나 흐르는 물을 보며 오손도손 이야기하는 그림이 정겨워 보였습니다. 그중에 다리 밑 벤치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벤치에 앉아 흐르는 양재천의 물줄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뒷모습에서도 평화로운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의 따사로운 기운이 저에게도 전해져 러닝 하는데 힘이 되었습니다. '참 보기 좋다'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달려갔습니다. 따가운 햇살에 지쳐 걷기도 하고 숨이 돌아오면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향했습니다.
항상 돌아가는 길은 조금 더 힘듭니다. 이미 절반을 달려서 체력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지나 온 길을 다시 돌아서 뛰어간다는 지루함과 언제 돌아가지라는 막연함이 더해져 발걸음이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발 한 발이 더 무거워질 때쯤이었습니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이야기 나누던 두 사람이 있던 그 벤치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아직 그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었죠.
우리는 관계 속에서 웃고 울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기도 하죠. 이런 관계 덕분에 살기도 죽기도 합니다. 결국 관계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삶의 희로애락이 결정됩니다.
삶에는 크게 두 가지 관계가 있습니다. 온과 냉입니다. 따뜻한 관계와 차가운 관계이지요. 따뜻한 관계는 곁을 내어주는 관계입니다. 서로의 곁을 서로에게 내어주며 의지하고 도와주는 그렇게 서로의 곁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관계입니다. 차가운 관계는 겉을 보는 관계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산하여 행여 나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관계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곁이 있는 관계보다는 겉을 계산하는 관계를 많이 맺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계산하고 심지어 배우자를 고를 때도 겉 기준인 연봉, 외모, 재력, 부모능력 등을 계산하지요. 모든 관계에서 내 것을 잃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계산합니다. 이런 내 것을 잃지 않으려는 겉을 보는 관계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희한하게 피곤하고 지쳐갑니다. 그렇게 차가운 겉을 계산하는 관계 속에서 나도 차가운 사람이 되고 온기가 없는 내 곁에 사람도 없어집니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계산하고 필사적으로 방어했는데 결국 사람을 잃고 나를 잃어가는 아이러니함에 빠집니다.
겉을 계산하는 차가운 관계에 빠지는 데는 곁이 있는 따뜻한 관계가 손해 보는 행동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곁을 내어주는 것은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지 불명확하고 어쩌면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내 시간, 마음, 표정, 감정, 온기를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겉을 계산하는 삶보다는 곁이 있는 삶이 더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겉으로 보이는 연봉, 재력, 외모, 명품, 직위를 위해 필사적으로 계산하고 하나라도 손해보지 않지 위해 악착같이 매달릴 때인가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행복했던 순간은 어린 시절 생일날 아침 어머니가 꼭 안아주며 생일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시던 순간, 제 딸아이와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했던 순간, 아내와 함께 밥을 먹으며 웃던 순간, 친구들과 힘든 일을 나누며 소주잔으로 위로하던 순간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입니다.
여러분, 행복의 순간은 겉에 있지 않습니다. 행복의 순간은 곁을 내어주는 순간에 있습니다. 내가 손해 볼 것 같더라도 내 시간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아무런 계산 없이 그냥 만나서 웃고 울고 감정을 나눌 수 있을 때, 조건 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행복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어줄 수 있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낍니다.
따사로운 오후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던 두 사람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 이유도 서로에게 서로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사람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뒷모습은 서로에게 기대어 의지하고 있는 '사람 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사람이기에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따뜻한 관계 속에서 힘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혹시 내가 내 것을 지키려 필사적으로 겉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봅시다. 그리고 곁을 내어주기 위해서 노력해 봅시다. 그럼 우리에게도 따뜻한 곁이 햇볕처럼 다가올 겁니다. 당신의 삶이 고되지 않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