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았던 5월의 어느 날 양재천으로 운동을 나갔던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카톡"하며 울린 휴대폰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과천마라톤 대회'였죠. 날짜를 보니 5월 21일이더군요. 과천마라톤 대회는 5km, 10km, 하프 코스 3가지 종목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고민했습니다. '5km는 평소에도 뛰고 있고 10km도 이미 뛰어봤는데 하프 코스를 해볼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루 정도 고민을 하기로 했죠. 그리고 다음날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 주차장에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하프 코스를 신청하고 입금까지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23년 과천마라톤대회 개인참가 접수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는 '그렇구나'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집 앞에 제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습니다. '택배 올 게 없는데?'라는 의문을 가지고 상자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박스를 뜯었죠. 그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했습니다. 마라톤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배번호와 기록표, 기념품 등이 들어있었거든요.
제 배번호는 2078번이었습니다. '2078번 왠지 느낌이 좋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하프 코스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역시 새로운 도전은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주더군요. 배번호를 받은 날부터 저의 유튜브 검색 목록은 마라톤과 러닝으로 가득 찼습니다. '달리기 자세', '준비물', '부상방지를 위한 준비', '꿀팁' 등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영상은 모두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하프 코스 도전 전날이 되었습니다. 각 종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둘째 밤중 수유도 아내에게 부탁하고 숙면을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학창 시절 소풍날 저절로 빨리 일어나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었죠.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설렘인지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많은 유튜브 스승님들께서 알려주신 꿀팁을 따라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물도 챙겨마셨습니다. 미리 마라톤 복장을 다 갖추고 그 위에 겉 옷을 입으라는 꿀팁도 잊지 않고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대회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이런'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와도 진행하겠지?'라는 걱정도 잠시 '비 오면 뛸 때 시원하고 좋지 뭐'라는 긍정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대회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같은 대회에 참여하는 분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였죠. 그분들을 보니 심장이 또 두근두근 설레었습니다. '오늘 이 분들과 함께 달리겠구나' 이 생각만으로도 벅찼습니다. 그리고 대회장 앞 버스 정류장에 하차했습니다. 대회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인파들이 보였습니다. 저도 그들 속에 섞여 함께 대회장으로 향했죠.
마라톤 경기 참석은 처음이라 생소한 풍경이 많았습니다. 물품보관소, 의무팀, 고글 지원, 운영본부, 기록 등록, 먹거리 배부, 주변 마라톤 동호회 부스 등 수많은 천막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말 아침에 달리기 위해 모였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경품추첨과 준비운동을 끝으로 과천마라톤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하프, 10km, 5km 순으로 출발했습니다. 저는 하프 코스라 처음으로 출발했죠. 출발과 동시에 다시 한번 하프 마라톤 목표를 마음으로 되새겼습니다. '오버페이스 하지 말고 꾸준하게 나만의 페이스로 달리자' 그리고 뛰어나갔습니다.
달리기 시작하자 많은 유튜버 스승님들이 왜 초반 오버페이스를 조심하라고 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의 에너지에 저도 모르게 빠르게 달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나만의 페이스로'를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속도는 느려졌고 많은 분들은 저를 지나쳐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또 따라가 가고 싶을 것 같아 땅을 보며 제 발목의 텐션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2km쯤 달리자 TV에서만 보았던 도로 한 개 차선을 통제하고 달리는 걸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도로로 진입하자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경찰, 모범택시, 해병대 전우회 등 마라톤 참가자들을 위해서 주말 아침부터 수고해 주시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께 마음속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버스를 승하차하는 시민분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라톤 참가자들을 피해서 경찰분들의 안내에 따라 평소보다는 불편하게 버스를 승하차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이 분들께도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저는 마라톤을 하면 해보고 싶었던 게 하나 있습니다. 달리는 중간에 물컵을 탁 낚아채고 시원하게 물을 한잔하고 남은 물은 몸에 뿌리는 거죠. 마라톤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저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제 앞에 물을 나눠주는 곳이 보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멋지게 마시고 뿌려야지'라고 생각하고 오른손으로 물컵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물을 마셨습니다. 이제 머리에 물을 뿌리면 되는데 그건 실패했습니다. 물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컥컥거리며 사래가 걸렸거든요. 혼자서 엄청 웃겼습니다. 바보 같은 모습이었죠. 그래서 다음 물을 마시는 곳에서는 멈춰 서서 조심히 물을 마시고 다시 달렸습니다. '선수들은 물 마시는 것도 엄청 연습한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물을 마시는 곳이 약 10개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달리며 생각해 보니 물을 준비해 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을 마시기 위해 들린 곳에 계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힘내세요'라고 응원을 해주시더군요. 달리는 내내 감사함과 그분들의 조건 없는 응원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하프 코스 마라톤은 참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20km 지점이 적힌 곳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1km만 더 가면 된다. 힘들었지만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골인 지점을 300m 정도 남기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나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경광봉을 흔들며 응원해 주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학생들 앞을 지나가자 학생들은 "힘내세요 파이팅"이라며 환한 웃음과 응원의 손짓을 보내줬습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저도 마음속에서 뜨거운 힘이 솟았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팔이 위로 번쩍 들어 "파이팅"이라 외쳤습니다.
이제 저 코너를 돌아서면 골인이다. 골인 지점이 보이자 '해냈다'는 성취의 기쁨이 저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렇게 2시간 만에 하프 코스를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완주 메달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죠.
제가 하프 코스 마라톤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곱씹어 보니 '감사함' 덕분이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해 주신 주최 측, 경찰, 모범택시 기사, 해병대 전우회, 페이스메이커 등 수많은 분들의 노력이 한 곳에 모였기에 제가 하프 마라톤을 아무 문제 없이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이죠.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성취감과 수많은 감사한 분들 덕분에 오늘 하루는 참 만족스러운 하루였습니다. 역시 감사함이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혹시 행복에 사전적 정의를 아시나요? 네이버 국어사전에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나와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지요. 저는 하프 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고 아주 행복했습니다. 바로 만족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만족을 느끼는데 최고의 방법은 바로 감사입니다.
감사는 힘도 돈도 들지 않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라고 말하거나 생각하기만 하면 되지요. 이렇게 감사를 실천하면 만족감이 올라갑니다. 왜냐하면 만족이란 자신의 마음이 흡족한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지요. 감사라는 것은 내가 어떤 대상에 만족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오늘은 우리 주변에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는 하루가 되는 건 어떨까요. 감사는 만족을 불러오고 만족은 여러분께 행복을 선물할 겁니다.
행복한 하루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하루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