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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통 Aug 06. 2020

위챗의 위대함

사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홍보하고 싶다.

이마트에브리데이에갔다. 신세계 포인트가 있어서 적립하려고 했더니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 가입을 하고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이마트와는 별개라 했다. 다이소에 갔다. 적립하려고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더니 앱을 일단 깔고 가입을 하란다. 그러고보니 다이소에서 이랬던 적이 사실 한두번이 아니다. 그 전에도 여러번 이런 상황이 있었지만 귀찮아서 앱을 깔지도 가입을 하지도 않았기에 갈 때마다 이러고 있다. 가입하려고 하면 또 열통이 터지겠지.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안 돼 파리바게트에서 해피포인트를 적립하려고 했다가 로그인이 안돼 실패했던 적이 있다. 또 올리브영에서 CJ 포인트로 결제를 하려고 했더니 실물 카드가 있거나 모바일앱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휴대폰만 가지고는 결제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가는 카페마다 적립카드가 있냐고 물어보고, 없다고 하면 자꾸 귀찮은 종이카드를 하나씩 준다. 중국에서도 그런 적립카드가 있는 곳이 있었지만 정말 가뭄에 콩나듯 드물었다. 

중국에서 모든 길은 #WeChat #微信 으로 통한다. ( 일명 #위챗동공론 #위챗은동공이다 ) 빵집에 갔다고 치자. 회원이 되고 싶다면 #위챗 을 통해 빵집 QR코드를 스캔한다. 그러면 위챗 빵집 공식계정이 나오고 계정을 팔로우 한 뒤 휴대폰 인증만 하면 아주 간단히 회원이 될 수 있다. 그 후에 빵집에 갈 때마다 위챗을 열고 빵집 계정을 찾은 뒤 ‘내 정보’의 QR코드를 보여주면 적립할 수 있다.

베이커리 위챗 계정 모습

관건은 어디 가나 그 방식과 방법이 비슷하고 조작이 매우 간편하고 빠르다는 것이다. 빵집도, 카페도, 음식점도, 미니소도, 수퍼마켓도, 카페도, 서점도 다 위챗으로 연결한다. 물론 그 계정을 통해 메뉴를 볼 수도, 물건을 살 수도, 배달을 받을 수도 있고 새소식을 받아 볼 수도 있다. 택배나 퀵서비스 사용 뿐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 예약도 모두 위챗으로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정말 휴대폰 하나만 들고 다녔다.(이거 잃어버리면 죽음이다, 이런 느낌이 있었으나 그래서인지 더 손에 꼭 쥐고 다녔던 거 같다.) 한국에 와서 자꾸 까먹고 신용카드를 들고 나가지 않아서 당황해던 적이 적잖이 있다.  

위챗은 단순한 인스턴트 메신저의 역할 뿐 아니라 포털사이트(검색서비스), SNS(모멘츠), 기업공식사이트(공중계정), 금융서비스(월렛, 모바일페이) 등을 총망라한다. 위챗으로 안 되는 걸 본 적이 없다. 위챗에 없을 정도의 서비스라면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 근데 그런 걸 단 한번도 본 적은 없다. 

일단 번번히 앱을 다운 받고 가입하고 인증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게 세상최고 짱짱맨이다. 비밀번호 잃어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두번째 짱짱맨. 휴대폰 용량을 차지하지도 않고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앱이 어디 있는지 찾을 필요도 없다. 사소한 번거로움을 줄이는 것이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인생의 짜증지수를 대폭 낮춰준다.

처음 위챗이 출시되었을 때(2011년) 나는 앱이미지를 보며 무슨 네이트온이랑 왓츠앱을 짬뽕해놓은 듯한 짝퉁같은 게 나왔나 보다며 콧방귀를 뀌었드랬다. 10년도 안 된 지금 사용자는 이미 11억을 돌파했다. 난 위챗찬양론자도 아니고 중국사대주의도 아닌데 한국에서 이런저런 불편을 겪으며 자꾸 나도 모르게 '위챗 만세'가 자꾸 튀어나온다. 정말 위챗은 위대해서 위챗이 아닐까...


개인정보 탈취 및 이용, 텐센트의 독점적 성장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너무 편하다 보니 '어차피 개인정보 포기한 세상 편하게라도 살자' 그런 맘이 든다. 그만해야지 싶다가도 자꾸만 주기적으로 위챗 타령을 한다. (할 말은 많지만 나눠서 하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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