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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통 Aug 14. 2020

한/중 모바일서비스와 사용자 경험

막 쓴 글

한국 모바일 앱에서 쇼핑을 하다가.
또 빡침.

그래서 숨을 고르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한국 모바일 서비스의 UX는 대체 왜 이렇게 구리고, 서비스마다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가?

일단 사용자 입장에서 그렇다. ‘예상 가능한’ 흐름을 벗어난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

사회학이론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게 바로 ‘맥도날드화 이론’이다.(나름 사회학 전공자) 이제 와서 사회학 책을 뒤적뒤적 해보면, ‘맥도날드화’의 핵심은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이다. 첫째, 맥도날드는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제공한다. 둘째, 쉽게 양화하고 계산할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한다. 셋째, 우리는 세계 어느 곳에 가든 빅맥이 동일할 것을 안다. 시간이나 지리의 차이가 빅맥에 성분을 변화시키지 않고, 맥도날드 예측가능성은 다시 우리를 안심시킨다. 넷째,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맥도날드에 들어선 손님들은 모두 고도로 통제된 환경에 종속된다. (세트 메뉴, 불편한 의자, 셀프서비스 등)

맥도날드가 성공한 이유를 위 네 가지로 축약할 수 있고, 우린 이미 이런 사회에 익숙해져서 살고 있다. 조지 리처가 맥도날드화 이론을 발표할 때만 해도 (90년대) 맥도날드가 독보적 존재였으나, 많은 브랜드가 프랜차이츠화 된 지금은 이런 모습과 경험이 보편적이라고도 하겠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예측가능성이다. 우리가 수많은 카페 중에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벅 메뉴를 알고, 스타벅스 매장마다 맛이 동일함을 알기 때문이다. 조명, 음악 테이블 배치의 밀도나 의자의 경도(?)를 안다. 새로운 모험을 하는 것 역시 에너지가 드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일하기 편한 환경을 찾게 된다.

그런데 왜 일부 앱들의 UX는 나를 놀래키는가. 나는 이 사실이 너무나 놀랍다. 왜 생각치도 못한 방향으로 빗나가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쳐도 되는 건지, 화가 나고 화가 난다.

A 다음엔 B일 거라고 생각하고 클릭클릭하는데 막 P가 튀어나오고 C 다음에 D 가 나와야 되는데 X R Z 4 U 지나서야 겨우 D 가 나온다. ‘나온다’는 것보다는 발굴하는 느낌이다.

오늘 접속한 쇼핑 앱. 사이트로 들어가니 앱을 받으면 30% 할인 쿠폰을 준다고 해서 앱을 받았다. 가입을 하래서 가입을 했다. 일단 가독성이라든지 구성이 너무 구려서 쇼핑을 하는 동안 매우 성가셨지만 참았다.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쿠폰이 없다. ‘내페이지’에서 확인을 했더니 쿠폰이 있으나 클릭이 안 된다. 열두번 눌렀더니 쿠폰은 웹에서 하라며 웹사이트로 연결이 된다.


다시 로그인을 하란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눌러 로그인을 한다. 쿠폰 리스트에 분명 쿠폰이 세 개 있다. 근데 이걸 도통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주문서 페이지에 입력을 하라고 하는데 주문서 페이지에서 해당 란을 찾을 수가 없으니. 카톡 상담을 요청한다.


많이들 하는 질문인지 ‘쿠폰 사용방법’이 저절로 뜬다. 사용방법을 봤으나 방금 내가 들어갔던 단계까지의 설명만이 자세히 나와 있다. 챗봇으로는 울화통 터질 수 있으므로 상담원 연결를 누른다. 밤 10시는 당연히 상담시간이 아니다. 약이 오른다.

......(내 시간, 내 정신에너지 내놔)


나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 중심의 UI를 구성하는지 알지 못한다.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른다. 근데 뭐든 ‘그걸 하면서 그걸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다.

물론 내가 잘 모르고... 서툰 것일 수 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80세도 아니고 멀쩡히 배울만큼 배운 인간인데, 이게 나한테 이렇게 어려워서 되겠나?

내가 바보멍충이는 아니라는 점은 중국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통해 반증할 수 있다.(고 믿자)

위의 개똥 같은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전에도 몇번 언급했지만) 중국에서의 사용자 경험은 이렇다.

1. 할인 쿠폰 사용이 결제 페이지에 뜨고 찾기 쉽다.
2. 아이디, 패스워드 따위로 로그인하지 않는다. 위챗 API로 2초 만에 로그인한다.
3. 가입 따위 하지 않는다. 주소, 주민번호 앞자리, 등등 쓰지 않는다. (대신 위챗 정보 사용에 동의)
4. 상담원 연결은 카톡 대신 앱 자체에서 구동된다.(카톡에 연결되고 추가하는 등 번거로움을 던다)
5. 상담원 연결은 밤늦게도 가능하다(어메이징)
6. 결제는 페이백이니 신용카드니 자동이체니 휴대폰 결제니 카카오페이니 네이버페이니... 이중에 고를 일 없고 보통 위챗/알리페이 둘 중 하나로, QR코드 스캔 방식으로 3초 만에 진행된다.
7. 결제 과정에서 튕기거나 오류가 난 적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8. UI 디자인이 대체로 간명하고 편하다. 외국어로 써 있는데도 그렇다.
9. 주소를 쓸 때 ‘지번’이니 ‘도로명’이니 ‘우편번호’를 찾을 필요가 없다. 편지도 안 쓰는 요즘 누가 시, 구, 동을 열심히 외우고 다니나. 중국에서는 아파트 이름을 치면 자동 검색이 되어 목록이 나온다. ‘숲속마을’ ‘현대2차’라고 치면 위치 기반으로 주소가 자동 완성된다.
10. 환불/교환이 너무 쉬워서 맘만 먹으면 맨날 하고 싶을 정도다.

물론 중국의 서비스와 똑같을 수도, 그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중국처럼 24시간 상담을 해줄 인건비를 감당할 수도, 수많은 환불과 교환건에 시달려 뛰어다닐 택배 기사도 없다. 위챗이 만능이라고 할 수도 없거니와 위챗, 알리페이 같은 독점 시스템도 허용이 어렵다. 금융 시스템도 제약이 많다. 개인정보 이용법도 다르다.

그치만 지금보다 좋아져야 한다. 그럴 만한 기술과 능력이 넘치는 걸 알기에 더 분하다.

물론 중국에서 내가 쓴 서비스들이 주요 서비스 제공자들이었고, 내가 만나지 못한 구린 것도 많은지 모르겠다. (근데 안 그럴 거 같음) 요는 각자가 쓰는 방법이 다양해도, 그게 하나 같이 간편하고 예측가능하다는 데 있다. 다 똑같아야 하는 게 아니다. 달라도 되는데, 간편해야 한다.

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려면, ‘순리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다음에 나올 것을 예상한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도대체 중국이 어떻게 그걸 잘 구현해냈는지 모르겠다. 각기 다른 앱의 각기 다른 디자인과 내용인데도, 심지어 외국어로 되어 있는데도, 모든 과정은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갔다. 웬만하면 모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얌전히 있었고, 간단하고, 빨랐다.

본능을 거스르면 안 된다. 그럼 화가 난다. 다시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고른 건 할인 품목이 아닌가 보다. 그렇다쳐도 너무 했다. 이미 과정 중에 불편했다... 살려줘...

(열받고 흥분해서 무지막지하게 막 쓴 글입니다...하이퍼 상태의 엉망 작문 죄송합니닷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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