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파트에서
아... 중국에 살면서 내가 좋아했던 것 한 가지는 엘리베이터에서 중국인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이었다. 중국어를 오래 하고 업으로 삼고 있지만, 나는 사실 그들의 생활에 융화될 기회 없이 살아 왔다. 그래서 그들의 ‘진짜’ 생활이, 대화가, 생각이, 말이 항상 궁금했다. 이제 와서 그걸 모두 직접 경험하기는 어려운데, 엘베에 타면 다양한 연령층, 구성원, 상황, 맥락의 대화를 들으며 짧게나마 일종의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어느날 엘베에서 엄마와 7-8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들 사이의 대화. 두 사람의 대화를 훔쳐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입술이 실룩거렸다. 너무 귀여워서 엘베에서 내리자마자 통역사의 메모리 능력을 십분 발휘해 들은 내용을 기록했다.
⠀
엄마: 给妈妈,你太辛苦了。 (무거운 물건) 엄마 줘. 너 너무 힘들어.
아들: 不辛苦 。괜찮아요.
엄마: 你最疼我。 우리 아들이 엄마를 제일 아끼네ㅠㅠ
아들: 不。아니에요~
엄마: 那谁疼我?그럼 누가 엄마를 아껴?
아들: 爸爸最疼你。아빠가요.
엄마: 为什么爸爸最疼我?왜 그렇게 생각해?
아들: 不然他不可能娶你。안 그랬음 엄마한테 장가 안 갔겠죠! (그리고 저도 이 세상에 없...쩜쩜)
⠀
내용은 별 거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거침없는 모자의 만담 같은 대화가 참 사랑스러웠다. (행복한 가정인 듯 ㅎㅅㅎ)
⠀
어느날은 드라마를 보면서 엘베를 기다리는데 어떤 아줌마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
你追的是什么剧?
“무슨 드라마 봐?”를 중국어로 하라고 하면 “你看什么电视剧” 라고 할 것 같은데, 일단 매우 현지스러운 표현에 감동. 내가 한국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하니 요즘 뭐가 재밌냐는 둥, 자기는 뭘 봤는데 어떻다는 둥,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얘기를 하던 순수함 넘치는 모습을 왠지 잊을 수가 없다.
⠀
사진은 집에서 나와 운동을 가던 길에 발견한 느닷없는 토끼인형.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 줄 모르는 이런 뜬금포(out of nowhere, 突如其来, 莫名其妙, 出乎意料,不可思议…)가 바로 중국생활의 묘미다. 좀 그립당. 코로나는 정말 정말 심하게 밉지만...ㅎ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