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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Oct 04. 2024

씨앗호떡

을 비롯한 길거리 스낵킹

  오늘따라 아무런 먹거리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연둣빛으로 맑게 우러나온 뜨거운 녹차를 마시면서 르뱅쿠키를 먹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을 글로 쓰고 싶지는 않다. 물론 이 르뱅쿠키는 피칸과 무화가가 듬뿍 들어있고 가운데에 크림치즈가 두껍게 자리 잡고 있는 맛있는 쿠키다. 포크로 작게 잘라 입에 넣을 때마다 무화과 특유의 씹히는 맛과 고소한 피칸이 어우러지고 크림치즈가 이 입자들을 둥글게 감싸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미지근해진 녹차가 느끼함과 단맛을 잡아주니 밸런스가 잘 맞다고 말할 수 있지만 뭔가 더 없을까?


그러면 얼마 전 남대문시장 입구에서 간식으로 사 먹은 씨앗호떡을 써볼까. 이미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상태에서 눈에 들어온 호떡, 네모진 철판에 기름이 자작자작 깔려있다. 사장님은 하얀 반죽을 한 덩어리 떼어 모양을 잡고 기름에 잘 지진다. 자판한쪽에는 견과류, 인절미가루 같은 것이 정리되어 있다. 나는 씨앗호떡을 주문하고 동생은 인절미호떡을 주문했다. 앞뒤로 노릇노릇 잘 지져낸 호떡을 집게로 건져서 기름을 잠시 뺀 후 배를 갈라 각종 견과류를 배 터지게 넣어줬다. 종이컵에 넣어 건네준 호떡을 손에 쥐고 후후 불며 바삭바삭한 테두리부터 먹기 시작했다. 밀가루를 거의 기름에 담그다시피 튀겨내는데도 생각보다 별로 안 느끼했다(선선한 날씨 탓인가?) 견과류와 녹아서 끈적해진 흑설탕이 만나 튀긴 밀가루에 개성을 준다. 호떡의 중앙부로 가까워질 때마다 흑설탕의 달달한 농도가 짙어져 내가 이만큼 먹었다, 먹었는데 이런 보상(흑설탕꿀이지만)이 있다는 어떤 알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먹으면서 주변을 둘려보니 호떡집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가 사 먹은 곳 주변에만 3-4개의 호떡집이 보이는데 정말 다양한 호떡이 있었다. 속에 잡채나 야채, 고기등이 들어있는 호떡부터 크림치즈, 모짜렐라치즈가 있는 호떡까지. 씨앗호떡을 먹으면서 처음 부산에서 씨앗호떡을 먹었을 때를 떠올렸는데 코로나 이전 부산에서 재미있는 잔치(부산영화제)가 열렸을 때 영화를 보는 틈틈이 먹거리를 탐방했던 기억이 났다(언제나 그렇듯이 분식 위주지만). 호떡에 해바라기씨앗과 호박씨가 가득 들어 있는 씨앗호떡을 줄 서서 먹었던 기억. 그리고 물엿이 자르르하게 반짝거리는 길거리 떡볶이와 물떡, 그리고 쌈장에 찍어먹는 순대나 비빔당면이나 밀면등.


  또 주변을 둘러보다 안 사실인데 이 길거리는 유난히 길에서 간식을 사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길 입구부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손에 꼬치나 비닐을 꼭 쥐고 뭔가를 씹어대고 있는 모습이 먹이활동을 하는 비둘기와 어우러졌다. 사람들이 실수로(일부러일까?) 먹던 호떡이나 꽈배기, 과자 등을 흘리면 건장한 비둘기가 빠르게 걸어온다. 그 뒤에 체구가 조금 작은 비둘기들이 허겁지겁 따라오고 이들은 뾰족한 부리로 큼지막한 건더기를 콕 집어 달아난다. 사이좋게 나눠먹는 일 따위는 없다. 먹이를 발견하면 다 먹지도 못할 것을 뺏고 뺏기고 하다 보면 어느새 먹을 것이 사라져 있다. 비둘기들이 먹는 일에만 집중하여 커다란 차가 오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있기가 조마조마했다. 우리도 호떡을 다 해치우고 종이컵을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 얹었다. 뭐 남은 것이 없나 종이컵을 들여다보는 비둘기가 보였다.


  쫀득하고 두꺼운 르뱅쿠키도 조금씩 아껴먹었지만 입속으로 다 날름 들어갔다. 마지막 녹차를 털어 넣으며 길거리에서 먹는 간식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역시 길에 서서 무언가를 먹는 일은 불편하기도 하고 다소 정신이 없기도 하다(자극이 너무 많아서 먹는 것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비둘기랑 경쟁도 해야 하고). 하지만 혼자 또는 같이 서서 먹는 것은 정식으로 자리 잡고 앉아 먹는 맛과는 또 다른 맛을 준다. 같은 땅을 밟고 서서 정신없이 먹이를 해치우는 이 행동이 어떤 유대감을 줄지도 모른다. 가을바람이 선선하니 갖가지 길거리 음식들이 그 빛을 발할 때다(아, 푸드 트럭하면 잘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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