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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Oct 11. 2024

파스타에서 북까페까지

새로운 장소 뚫기

  골목길에 몇 달 전(아니면 꽤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생맥주와 와인을 육류와 같이 팔던 집이 나가고 새로운 집이 들어왔다. 오픈하자마자 사람이 은근히 북적북적한 걸 보고 나는 지나가며 어떤 음식을 파나 확인했다. 파스타와 리조또. 아하. 궁금증이 풀린 나는 발걸음을 옮겨 동네에서 파스타를 먹을 때 늘 가던 집으로 갔다. 한국풍 프로방스인테리어에 빨간 간판이 걸려있고 저렴하고 양이 많아 종종 가는 집이다. 파스타를 꾸덕한 질감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집에서는 오일과 마늘을 듬뿍 넣은 스파게티를 자주 시켜 먹는 편이다. 아니면 토마토와 해물을 넣고 국물을 많이 낸 얼큰한 파스타를 먹을 때도 있다. 오늘 아침 겸 점심을 뭘 먹을까 생각하다 며칠 동안 야무지게 한식을 먹었던 것을 기억하고 면의 에너지를 채우러 떠났다. 빨간 간판집으로 향하던 중 오늘따라 새로 생긴 집이 눈에 띄어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어차피 같은 종목을 먹으러 갈 거니까 새로운 집을 경험하는 것은 앞으로의 밥집 선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바라식 통창이 활짝 젖혀져있고 점심시간을 맞은 밥집은 굶주린 이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분주했다. 크지 않은 식당에는 테이블이 8개 정도, 바자리에도 사람들이 앉아서 혼밥을 즐기고 있다. 스크린에는 유튜브 뮤직을 띄어놓고 트랩음악(힙합 장르 중 하나)이 주야장천 나왔다. 지난번 간 막국수집에도 재즈가 나오는 마당에 파스타집에 트랩뮤직이 나오니 '우리는 젊고 캐주얼한 파스타를 서빙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이 작은 매장에도 테이블마다 셀프주문계산대가 붙어있었다. 하긴 주문을 받고 계산하는 수고만 줄어도 훨씬 일하기가 쉬워질 것 같다. 나는 해물알리오올리오 보통맛을 주문했다. 젊은 사장과 더 젊은 종업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고 인근 일터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대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니 둘둘둘 크게 말아서 눈꽃치즈와 솔방울오징어가 장식된 스파게티가 나왔다. 오목한 접시위쪽에는 음식을 담다가 오일소스를 흘렸는지 급하게 행주로 훔쳐낸 자국이 빙 둘러져 있었다. 나는 포크를 들고 스파게티를  크게 감아 돌돌돌 돌려 입안으로 넣었다. 배가 고팠으므로 그런 식으로 세 번 파스타를 크게 먹고 주방 쪽을 봤다. 반투명한 플라스틱창이 바 자리 위로 둘러져있고 그 안에 부엌이 있다. 반투명한 플라스틱창은 기름기로 번질번질했다. 그 와중에 자리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이 몇 그룹 있었다. 요새 위장이 많이 늘어서 파스타를 몇 번 감아먹었더니 면은 다 사라졌다. 배가 엄청 차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솔방울오징어와 새우등 해물은 나중에 넣었는지 맛이 진하게 배어있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요새 물가가 좀 비싸야지) 가격과 면의 익힘과 소스의 비율정도는 맛있는 편이었다(아무렴 파스타만을 내세우는 집인데 그래야 하지 않을까?).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얼른 마지막 한 입을 먹고 일어나서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오늘도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줘서 고맙소이다. 삿갓을 쓴 식객(내 모습)을 상상하며 멋진 포즈로 뒤돌아 걸어갔다. 걸어가다 보니 눈여겨보던 새로 생긴 북까페가 보여 들어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섬세한 주인장의 배려가 눈에 띄었다. 나는 냉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책을 한 권 골라 자리에 앉았다.

천장이 낮아 답답한 것 빼고 마음에 들었다. 특히 눈이 내리는 겨울에 여기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면 낭만과 집중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는데, 여기와 저기에 (       )가 있다면 완벽 해질 텐데? 나는 이내 공상에 빠져들었고 주인장에게 이렇게 말하는 상상을 했다.

"당신의 공간은 괜찮은 편입니다. bgm이 살짝 큰 편이지만 소파나 쿠션, 여기저기 비치된 작업용 책상과 개인용 스탠드가 마음에 듭니다.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면 이곳은 완벽한 공간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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