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날, 홍대인근 밤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가끔은 이벤트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공기는 차분했다. 홍대 근처에서 잼데이에 참여한 후 합정역 근처 만두집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뇌가 통째로 비워진 것
같은 플레이에 스스로를 한심해했던 것도 잠깐이다.
시원한 생맥주를 마실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핼러윈느낌으로 단장한 만둣집에는 안주를 먹으며 한잔하러 온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우리는 간신히 밖에 있는 간이 좌석에 앉아 메뉴를 주문했다. 교자만두에 야끼소바 그리고 생맥주를 두 잔 시켰다. 다른 궁금한 메뉴가 많았지만 현실과 적당히 타협했다. 날이 풀린 탓인지 10월 말인데 반팔만 입고 있어도 춥지 않다. 모기들이 제 세상 만난 것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직원이 가져다준 모기 기피제를 뿌리면서 맥주로 목을 축였다.
주문이 제대로 안 들어갔는지 음식이 상당히 늦게 나온다. 플라스틱잔에서 찰랑거리던 맥주가 벌써 반 이상 없어졌다. 출출한 우리가 기다림이 지쳐 종업원에게 현재 안주 상황을 묻자 당황하며 부엌으로 사라졌다. 주문이 누락된 것 같다며 이걸 드시며 기다리라고 종이박스에 담긴 감자샐러드를 내왔다. 포실포실하고 촉촉한 감자샐러드에 마늘튀김플레이크가 뿌려져 있다. 한 덩이 떠올려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퍼진다. 기대보다 맛있어서 얼른 한 젓가락 더 떠먹고 목이 막힐세라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와중에 모기는 더 극성이라 나는 서서 팔과 손을 휘두르며 대화를 했다. 곧 기름에 튀기듯이 구워낸 교자만두 다섯 개와 야끼소바가 나왔다. 교자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고 찍어먹는 소스가 맛있었다. 초간장에 고춧가루와 어떤 비밀의 재료를 더 넣은 것 같은데 그건 모르겠다. 만두가 너무 뜨거워서 한입 베어 물고 후 하 후 하 거리며 물고 있는 만두가 식을 수 있도록 바람을 넣었다. 동시에 젓가락으로 들고 있는 만두의 즙이 아스팔트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굵은 야끼소바면에는 소스가 잘 배어있고 마요네즈가 듬뿍, 가쓰오부시는 춤을 추고 있었다. 면을 집어 먹으며 아작아작한 양배추를 곁들여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선한 날씨에 마신 간단한 술 한잔에 기분이 좋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왜 오늘이 10월의 마지막일까 다시 한번 의아해했고 이제 어쩌지라는 의문도 마요네즈범벅된 야끼소바처럼 떠올랐다.
인생은 하기 싫은 것을 하나씩 소거하는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소극적으로 살았는데 24년을 두 달 남겨둔 시점에서 부정적인 단어들이 뒤엉켜 나타났다 사라졌다. 무엇을 하든 어떤 것을 하지 않든 내가 망망대해에서 떠다니는 낡은 플라스틱 부표 같다. 나이를 먹어가도 이런 느낌은 그다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물 위에 떠서 그저 달콤한 맛만을 원하고 있는 건가. 오늘은 돌아가는 길에 요구르트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 먹고 힘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