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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Jun 05. 2024

마스크와 껌

왓츠 인 마이 백(아니 포켓)

퇴근 피크타임 지하철, 우리는 가깝다.

땀구멍과 기름진 머리카락 두피가 보일 만큼 가깝다.

스마트폰을 구명보트처럼 양손으로 꼭 붙들고 있다.

망망대해에 빠지기라도 할 듯이 서로의 눈을 피한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발가락에 힘을 준다.

서로에게 풍겨 나오는 냄새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피부와 옷에 유령처럼 붙어있는 피곤과 먼지들


간신히 손만 움직여 주머니를 뒤진다.

뒤적뒤적 뒤적뒤적

왓츠 인 마이 포켓?

접혀서 쭈굴쭈굴한 덴탈마스크 -어제 쓰고 주머니에 구겨 넣은 것으로 파악됨-

껌 -손으로 만져봤을 때 대략 4개 정도 남은 것으로 파악됨, 자일리톨이 함유되어 있음-

립밤 -립밤은 찾을 땐 없다가 갑자기 불쑥불쑥 나타나는 요정 같은 존재, 딸기향이 남-

휴지쓰레기 -어제 쓰고 버릴 곳을 못 찾아 주머니에 넣은 것 같음-


이밖에 주머니에 필수로 있는 것은 에어팟(이어폰)

-그건 지금 내 귓구멍에 꼽혀있음-


잽싸게 손을 놀려서 껌을 하나 샥 꺼낸다.

최대한 공간을 활용해 포장지를 벗긴 후 입으로 쇽.

음-

다른 세상에 왔다.

잠시, 이를테면 아이슬란드 같은 곳?(안 가봤지만)


쭈굴쭈굴한 덴탈마스크를 꺼내 쓴다.

얼굴의 반이 가려지니 안정감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맥주 한잔에 벌겋게 달아오른 내 모공을 안 보여줘도 된다.


그리고 나에게 립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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