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실개천에 긴장감을 줘
한강에 가려면 융단 같은 황토색 이끼가 바닥을 덮고 있는 얕은 개천을 지난다.
성인 허벅지만 한 잉어들이 낮은 수면 아래에서 느긋하게 지느러미를 흔든다.
미끈하게 잘 생긴 청둥오리를 바라보는 게 좋다.
오리는 엉덩이를 치켜들고 꼬리깃을 부르르 떨면서 주둥이를 물속에 박고 뭔가를 부지런히 먹는다.
오늘은 새끼를 넷이나 거느린 어미오리를 만났다.
오리새끼는 콩알만 한 주제에 야무진 부리도, 살랑거리는 물갈퀴도 다 있다.
잔잔히 흘러가는 수면에 무늬가 그려진다.
엄마오리가 그리는 큰 그림
새끼오리가 그려내는 작은 그림
(어쩜 그림이 다 다른지)
새끼에게는 이 잔잔해 보이는 물살도 벅찬가 보다.
엄마와 멀어지면 뭉툭한 두 날개를 펼치고 삑삑 대며 발을 절박하게 구른다.
몸뚱이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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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무늬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