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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Jun 01. 2024

오리 오마리가 그린 그림

느슨해진 실개천에 긴장감을 줘

 한강에 가려면 융단 같은 황토색 이끼가 바닥을 덮고 있는 얕은 개천을 지난다.

성인 허벅지만 한 잉어들이 낮은 수면 아래에서 느긋하게 지느러미를 흔든다.


  미끈하게 잘 생긴 청둥오리를 바라보는 게 좋다.

오리는 엉덩이를 치켜들고 꼬리깃을 부르르 떨면서 주둥이를 물속에 박고 뭔가를 부지런히 먹는다.


 오늘은 새끼를 넷이나 거느린 어미오리를 만났다.

오리새끼는 콩알만 한 주제에 야무진 부리도, 살랑거리는 물갈퀴도 다 있다.


 잔잔히 흘러가는 수면에 무늬가 그려진다.

엄마오리가 그리는 큰 그림

새끼오리가 그려내는 작은 그림

(어쩜 그림이 다 다른지)


 새끼에게는 이 잔잔해 보이는 물살도 벅찬가 보다.

엄마와 멀어지면 뭉툭한 두 날개를 펼치고 삑삑 대며 발을 절박하게 구른다.


몸뚱이를 중심으로

<<<<<<<<<<<<

같은 물무늬가 그려진다.

<오! 오리오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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