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산책을 당하는 거지
이 귀부인은 잠시 맡고 있던 엄마의 개다.
집에서는 참 얌전한데 밖에만 나가면
1) 갈지자로 걷기
2) 원을 그리며 리쉬를 내 다리에 감기
를 차례로 시전 한다.
밤 10시, 같이 산책을 하다가 출출한 차에 딱 한잔만 하려고 동네 골목에 있는 바 야외좌석에 앉았다.
야외좌석이라고 해봤자 좁은 골목에 작은 탁자와 간이의자를 둔 것으로 골목을 지나가는 차가 내뿜는 연기를 칼칼하게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이다.
레드와인 한잔과 간단한 안주를 시키고 잠시 골목의 밤기운을 느끼려고 하는데 이 귀부인은 검은 코를 들썩이며 이미 탐색을 마쳤다. 꼬불거리는 갈색단발을 연신 흔들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어휴, 얌전히 술을 마실수가 없네.
나에겐 크래커에 올리브, 당근라페를 올린 안주와
와인이 아직 좀 남았단 말이지.
자기 볼일 끝났다고 저래도 되나? ’
나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남은 크래커 4개를 번개와 같은 속도로 해치우고 와인으로 입가심을 한 뒤, 갈색머리 말괄량이 레이디를 따라 도심의 밤 산책을 재개했다.
<야, 나는 볼일 다 봤으니 빨리 가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