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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May 12. 2024

알레르기 비염인의 비애

이거슨 보통 것이 아니여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해지고, 코가 매큼함과 동시에 간지럽고, 눈은 따가우면서 벌게진다. 재채기 한 번을 할라치면 머리끝까지 공기가 올라와 한번에 발사되는 그 느낌, 재채기를 해서 시원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장육부가 진동을 하며 눈알이 튀어나오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재채기를 하고 나면 온몸에 기가 다 빠져나간 듯한 무기력함과 정신없음이 따라오고 동시에 두 번째 재채기가 따라온다. 재채기는 파도가 오는 것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뒷목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인생이여, 코를 하도 풀어서 코와 인중이 늘 빨갛게 부어있음은 기본이고 콧물, 재채기, 기침을 반복하다 보면 뇌가 텅 비워진다. 머리는 멍하고 귓구멍도 막혀서 주변상황이 어떻건 나는 그냥 콧물만 흘리는 기계가 되어있다. 알레르기 약을 먹어봐도 딱히 효과가 없고 왠지 열도 나는 것 같아 코감기일까 하고 감기약을 먹어도 반응이 없다.


 물론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알레르기 비염인의 비애는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알레르기가 발동하면 생활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연신 코를 풀어재끼며 동시에 재채기를 해야 하므로 나도 모르게 ‘살려주세요.’를 외치고 만다. 한 번은 3일 정도 콧물과 재채기가 멈추질 않고 얼굴이 무슨 효모 넣은 밀가루 반죽처럼 부어오르기에 심상치 않은 신종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되었나라고 생각했다.


 견디다 못해 근처 이비인후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의사는 확대경 같은 걸로 코 안 쪽과 목 안쪽을 보더니 “이건 알레르기예요.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오신 김에 어떤 것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간단하게 테스트하고 가세요.” 덧붙인다.


 나는 괴상한 신종바이러스가 아님에 안심하며 얌전하게 여러 시약이 놓여있는 진료대 앞에 앉았다. 간호사가 시약을 팔뚝에  부분 부분 10개 정도 발라줬다. 의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엄청 빠른 손동작으로 콕콕 상처를 내 시약이 피부에 스며들게 했다.

“15-20분 기다리시면 됩니다. 움직여서 시약이 막 섞이면 안 돼요. “라고 주의받았지만 주머니에서 에어팟을 찾다가 살짝 섞인 것 같긴 했다.


시간이 좀 지나가 그 자리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엄청나게 간지럽기 시작했다. 다시 의사에게 부은 팔뚝을 보이러 갔더니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 알레르기반응이 크다고 했다.

이게……다?

고생 끝에 당연한 걸 알게 된 느낌이라 왠지 허탈했고  그 후로 정확히 10일 동안 간지럽고 따가운 팔뚝을 볼 때마다 은근히 화가 났다.


 나도 코의 원래 기능(콧물 흘리는 것 말고)을 100퍼센트 활용해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

또 주머니에 항상 쓰다만 휴지가 있어 빨래할 때마다 난리 좀 안 났으면 좋겠다. 발작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또 뒤적뒤적 주머니를 뒤져 휴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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