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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May 19. 2024

잘 가요, 주말

도비는 사실 집을 사랑해

 아침 여덟 시에 집을 나가 집에 오는 순간까지, 또 주말이 올 때까지 지루함을 견뎠다.

‘집에 가고 싶다. ’왜 아직 n요일(금요일 빼고)이지?’를 무한 반복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직장에 있는 평일에는 너무나 집이 그립고, 집에 있는 주말에는 집이 아닌 곳을 갈구하다니 이상했다.


 오랜만에 출근하던 시간에(아침 8시) 일어났기에 무거운 눈꺼풀과 졸린 머리를 안고 벌써 전생 같은 그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 다행스럽게도 다니던 직장은 워라밸이 나쁘지 않아 퇴근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마음가짐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가 있고 싶지 않은 장소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며 억텐(억지텐션)을 유지해야 하는 직장인의 삶은 저녁시간과 주말의 시간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일단 여행, 유흥, 식도락 같은 걸로  여가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지루하게 인생을 살게 될까 봐 불안했다. 읽기, 쓰기, 생각하기 등 일처럼 느껴지는 모든 것은 제쳐두고 활동적인 시간 보내기에 몰입했던 것 같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기 위한 노력은 가상했으나 초조함도 안겨줬다.


 그 초조함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목표: 여가시간에는 끊임없이 놀아야 한다.
•목표 달성 방법: 시간과 돈 열심히 쓰기

주말여행 비행기표와 기차표 예약하기

콘텐츠소비

쇼핑

온갖 영화제 및 음악페스티벌 티켓구매하기

장기 휴가에 해외여행 가기

좋은 음악이 나오며 맛 좋은 칵테일바 탐방

맛집 검색 및 같이 먹을 구성원 모집하기

주말합주 잡기

각종 레저활동하기- 캠핑, 서핑, 백패킹, 트레킹, 카버보드 타기, 스킨스쿠버, 프리다이빙 등등

 계획형 인간은 아닌지라 뭔가에 갑자기 꽂히면 금방이라도 배낭을 꾸려 출발해야 했다. 만약 다양한 변수로 주말에 어딘가로 뛰쳐나가지 못하면 불행했다. 집에만 있다가 내일 또 직장에 가야 하는 내가 괜히 안쓰럽고 그랬다.


 직장을 그만둔 지금은 평일과 주말이 거의 같다. 한 달에 대중 교통비가 만원 안짝이다. 꽉 차고 즐거운 주말에 대한 강박도 사라지고 주말에도 공평하게 일한다.


 요즘 생활반경은 다음과 같다.

 버릇처럼 말하던 ‘집에 가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졌다(?). 거의 집에서 일을 하거나 업무를 봐도 본체(집)에서 많이 멀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긋지긋한 이 말버릇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새해가 되면 빨간 날(공휴일)부터 챙기던 내가 심지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잘 모른다.


 평일을 견디면 주말을 얻는 삶과 업장 주변에 묶여(약간 지박령 같은 느낌!) 모든 요일에 일하는 삶 중 어떤 삶을 택하겠는가?

 나는 지금 생활패턴에 몸과 마음이 98퍼센트 동기화되었다. 비록 퇴근 없이 일하고 있지만 말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이 도비(집요정)는 앞으로도 집요하게 집과 집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도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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