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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May 26. 2024

이런 음악은 대체 누가 만들어요?

누워서 폰으로 음악 하기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는다.’는 말의 원래 의미와는 관계없이 문장 자체가 내 인생의 모토다. 나는 약간의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울 자리를 본다. 유휴공간과 여유시간만 있으면 눕는 자세를 주로 유지한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들으며 ‘와, 나는 커서 훌륭한 배짱이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커보니 의외로 개미처럼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왠지 억울한 마음에 개미 다리를 비벼서라도(일용할 양식만을 위해 사는 노동자가 베짱이를 닮기 위해 없는 감성을 쥐어짠다) 뭔가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던 중 코로나시대가 왔다.

 

 스프링이 발사되는 것처럼 충동적으로 여행을 다니다가 팬데믹으로 여행을 못 가니 스프링이 눌리는 기분이었다. 뭐 없나 뒤적뒤적 찾다가 오래된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문장을 길게 쓰는 것을 싫어하던 나에게 어설프고 짧은 노래 가사 쓰기는 안성맞춤이었다. 가사가 떠오르면 메모장에 써놨다가 코드 몇 개에 악기를 대충 구성해서 반주를 만들고 이어폰으로 보컬 녹음을 한다. 폰으로 음악 하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누워서 또는 엎드려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사를 쓰면서 정제되지 않고 흐릿한 감정을 공기 중에 떠다니는 걸 잡아채 서랍 속에 쑤셔 넣어 정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노래가 완성된 것을 어떻게 알까? 나는 완벽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대애충 이걸 조물거리는 것이 이제 지겹다고 생각될 때가 완성각이다.


  요새 글로벌시장에서도 ‘베드룸 프로듀서(한국말로 하면 방구석 음악가)‘가 조악한 환경에서 만든 곡을 듣는 리스너들이 있다(음질이 구려서 오히려 향수와 감성을 자극한다나). 국내에서도 디지털음반을 유통해 주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음악 하기가 아주 쉬워졌다. 나도 쌓아둔 곡들을 그러모아 틈틈이 발매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쓴 가사는 고양이만큼 작아지고 싶다는 내용이다. 집에 반신욕기가 있는데 주요 용도는 고양이의 숨숨집이다. 반식욕기 안에는 쑥을 말려 넣은 면주머니가 사은품으로 딸려 들어있다. 고양이는 그 아늑한 굴에서 하루의 많은 부분을 잠으로 보낸다. 기지개를 피고 나와 아아앙 울며 나를 찾아오면 노랗고 부숭부숭한 털에서 쑥냄새가 나는 게 좋다.


 나는 가끔 그 굴을 들여다보며 내가 저 녀석만큼 작아져서 저 굴에 들어가면 어떨까? 고양이는 처음에는 귀찮아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꼭 맞는 털북숭이 퍼즐같이 붙어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콘텐츠 홍수시대에 굳이 나까지 얹어 잡음을 더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나라는 인간에 생산자 포지션을 하나 얹는다고 해서 큰일 나지는 않는 거다(오히려 전봇대에 마킹하는 개처럼 기부니가 조크든요).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뭐야?’하며 어이없어 하지만 하루 중 언제라도 왠지 생각나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다.


 아이패드나 맥에서 개러지 밴드는 기본으로 제공해 준다. 어렵지 않게 이것저것 만져보며 뭔가를 만들어내기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폰으로 음악 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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