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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Oct 20. 2020

심연의 악마를 마주하며

아이아이 원숭이가 전하는 내면의 메세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프리드리히 니체




이번 글의 주인공 '아이아이 원숭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



  아이아이 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아이아이과 여우원숭이의 일종으로, 몸 길이 40cm의 작은 동물이며 본인의 몸길이만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 보통의 여우원숭이 과 동물과 달리 눈과 귓바퀴가 크고 앞발의 발가락은 가늘고 길며 못난 형태의 앞니가 상하 1쌍으로 크게 있어, 동물 분류상 설치류로 오해를 받았던 전력도 있다.




워낙 종류가 많기에 통칭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여우 원숭이의 이미지



첫 번째 그림에서 묘사된 방식에서 충분히 알 수 있듯이, 아이아이 원숭이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아이아이 원숭이의 해악적인 생활 습관에 기인하지 않는다.


야행성인 아이아이 원숭이는 무리를 지어 다니지도 않으며, 인간의 농사를 망치지도 않고, 다만 끽해야 나무를 두드려서 가늘고 긴 손가락을 이용해 나무 속에 있는 유충을 꺼내 먹는 정도의 식습관을 가졌다. 미워하기엔 지극히 평범하고 작은 모습의 원숭이다.



그런 그가 받는 미움은 오롯이 그의 생김새 때문이다.






<<< 사진 주의! >>>














밤에 활동하는 아이아이 원숭이를 묘사한 그림.
실제 아이아이 원숭이의 모습.



아이아이 원숭이는 현재 'IUCNRedList 위기(EN)' 단계의 멸종위기 종으로, 개체 보존에 있어 실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그를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은 옆나라 일본의 우에노 동물원이다.



아이아이 원숭이의 독특한 외모 때문에, 마다가스카르 섬의 원주민들은 옛부터 그를 사악한 존재로 여겨왔다.


그에게 인간의 감정 표현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의 대뇌는 발달하지 않았을테니, 조금 관용을 두고 생각해보면 서식지에서 원주민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 정도는 그의 생존이 조금 불편해질 따름이지, 종 자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그의 특유의 긴 손가락에 인간의 문화와 종교가 묻어버릴 때부터 생겼다.



야행성인 아이아이 원숭이의 눈은 특히 밤에 더욱 특별해진다. 아이아이 원숭이는 eye-eye가 아니라 aye-aye라고 쓴다.





원주민들은 아이아이 원숭이를 불길한 징조 정도로 여기는 데에서 그 폭력의 범위를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더 나아가서 아이아이 원숭이가 가진 특유의 긴 손가락이 자신에게 향할 경우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미신과 환상에 시달렸다. 


그래서 한 손에나 겨우 들어올 이 원숭이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즉각 살해해왔다. 영문도 모른 채, 아이아이 원숭이들은 살아있다는 이유 만으로 마다가스카르의 악마가 되어 멸종하기 직전까지 학살당했다.


현저하게 줄어든 개체 수로 인해 현재 아이아이 원숭이들의 개체 수는 전세계에 겨우 수십 마리 정도에 그친다.






문명의 혜택을 받은 이들은 그런 야만적인 일이 있느냐며 마다가스카르 원주민들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날선 비판을 던질 것이겠지만, 외형적인 생김새 만으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자행하고 판단하는 현상은 현대 문명의 사회에서도 그 형태만 다를 뿐, 인간에게서 늘상 발견되는 흔하디 흔한 일상이다. 차라리 이런 성향이 생존을 위한 인간의 고유한 동물적 본성 중 하나에 속한다고 말하는 편이 덜 틀릴 것이다.


아이아이 원숭이. 사람의 것과 무척 비교되는 손가락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기껏해야 인간이기에, 아마 마다가스카르 섬에 있는 원주민으로 태어났다면 해당 문화권의 행동 양식을 그대로 따랐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현대 문명에 아무런 불만 없이 적응하며 사는 것은 이를 반증해준다. 그렇기에 아마 어느 누구도 마다가스카르 섬에 있는 원주민들을 마냥 자유롭게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동시에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우리에게도 향할 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인간이기에 그리고 우리에게 충분히 합리와 이성을 사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에,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동과 판단으로부터 우리를 단속하고 경계할 사회적 필요와 의무가 있다. 


적어도 우리가 이런 비합리적인 경향에 대해 경계할 필요를 느낀 세대라면, 우리의 다음 세대에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종류의 파괴적 행태가 야생의 섬에서든 혹은 현대 문명 속 사회에서든 그 어떤 형태로도 자행되지 않도록, 올바른 문화적 풍토의 형성을 위해 필요 이상의 노력을 부어야 할 것이었다.


어쩌면 마다가스카르 섬 원주민들이 아이아이 원숭이를 보고 느꼈던 악마는, 우리의 심연 깊은 곳에서도 동일하게 지금까지도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을런지도 모를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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