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면서 손이 자주 주머니를 찾는다.
분명 엄동설한까지는 아닌데,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늦가을 무렵이 항상 으레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 걸음도 평소보다 빨라져서 주위에 어떤 풍경이 있는 지도 모르는 채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그런 둔해진 감각도 일깨울만큼 일순간에 모두의 시선을 훔치는 마법의 풍경이 있으니, 김이 모락모락 하얗게 올라오는 뽀얀 오뎅이 그 주인공 되시겠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해도 일찍 진다. 스멀스멀 춤을 추는 오뎅탕의 하얀 김은 어둑어둑한 하늘에 찰떡처럼 붙어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댄다. 하교든 퇴근이든 누구에게나 겨울의 저녁은 꼭 오는 법이니, 이는 어쩌면 모두가 한 번은 목격해야만 하는 겨울 숙제와도 같은 셈이었다.
그 날도 결국, 나는 오뎅 앞에 멈춰섰다.
하루가 고되셨는지 포장마차 아저씨의 얼굴이 다소 파리하다. 그런 아저씨의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오뎅이 몸의 절반을 뜨끈한 국물에 담근 상태로 행복한 반신욕을 즐기고 있었다.
오뎅 세 개에 이천 원.
세월이 흐르면서 오뎅도 제법 값이 올랐다. 이제는 정말 오르지 않은 건 나의 월급 밖에 없는 그런 우울한 세상이다.
울적한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오뎅 세 개를 다 먹어치웠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잠시 멈칫했으나, 나의 알량한 엄지 검지 그리고 중지 삼형제는 이미 또 다른 오뎅의 꼬치 끝 부분에서 대동단결을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네 개째를 클리어하자 이제는 배가 어느정도 불러서 계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만 있자...세 개에 이천 원이면, 하나에 칠백 원...
머리가 다소 복잡하고 치졸해졌다.
이런 식의 계산은 이 포장마차에서만도 골백번도 넘게 이루어진 지리멸렬한 것일테다. 분명 아저씨는 칠백 원도 받아보셨을테고, 후한 손님에게서는 천 원도 받으셨을 것이었다.
아저씨, 하나 더 먹으면 얼마에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는 내가 해도 되는 고민을 아저씨께 넘기는 꼴이었다. 아저씨는 바쁘신 와중에 부득이 나와 보낸 5분짜리 추억의 값을 이리저리 저울질하시면서 짧은 고뇌 끝에 700원이나 800원 정도를 부르셔야 할 터였다.
유독 피곤해보이셔서, 그날은 그냥 내가 조금 더 내기로 마음 먹었다.
- 아저씨, 이천원만 주세요~
겨우 오천원 한 장을 건네면서 나는 기어이 촌스런 티를 냈다.
티가 나지 않는 배려야말로 대단한 능력이다, 라고 나는 혼자 읊조렸던 것 같다.
그리고 말 한 마디 없이, 어느새 내 손에는 삼천원이 들려져 있었다.
- 아니, 아저씨 저 하나 더 먹었어요. 천원 더 받으세요~
- 아유, 다음에 또 오시면 되지유~
라고 말씀하시면서 아저씨는 얼굴보다도 더 파리해보이는 손으로 오뎅국물까지 떠서 나에게 보태셨다.
나의 배움은 그렇게 또 부끄러움과 함께 찾아왔다.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많던 나는, 말도 많았다. 그냥 오천원을 다 드리고 조용히 뒤돌아섰으면 됐는데, 그 짧은 순간에 나의 옹졸함과 치졸함이 나를 이긴 셈이었다. 이와 달리 아저씨의 배려는 조용하고 묵직했으나, 참 따뜻했다.
챙겨드리는 척이나 하지 말 걸...
작은 종이컵 위로 김이 하얗게 올라오는 것을 보며 나는 자책했다.
당분간 그 포장마차에 자주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