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의 장점, 단점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부터 나에게 여행은 자유여행이 여행의 기본값이었다. 당연하게도 패키지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다. 패키지는 어른들이 하는 여행 방식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준비와 실행이 어려운 어른들이 편안하게 여행을 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라 여겼다. 물론 이것은 반은 맞는 말이다. 패키지는 내가 선택한 여행상품에 돈만 지불하면, 다른 준비 사항의 거의 없다. 준비할 것이 있다면 미리 여행사에서 챙겨주고 가이드가 해 준다. 가장 ‘쉬운’ 방식의 여행일 것이다. 하지만 패키지를 실제로 겪어보니 마냥 ‘쉬운’ 여행이라 하기에는 생각보다 ‘어려운’ 여행이었다. 여러 방면에서 말이다.
나는 패키지여행을 두 번 다녀와봤다. 엄마와의 모녀 여행과 가족 여행에서였다.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의 정보수집 및 실행에 절대적으로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에 있어서 자유여행은 부담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여행할 때 생겨나는 불만들을 내가 받기보다는 패키지 상품과 가이드게에게 분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패키지의 시작은 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여행상품을 찾는 것부터이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와 그 상품은 무궁무진하다. 검색 엔진에 검색해서 하나씩 비교하거나, 각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많은 상품에 당황했다. 그러나 차근차근 살펴보면 대충 여행의 코스가 눈에 보인다. 많은 여행사에서 다양한 상품을 내놓지만 그 골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호텔이나 특전 식사 등에서 차별점을 두기도 하지만 관광의 큰 골자는 비슷하다. 국적기로 가는지 저가항공으로 가는지에 따라, 쇼핑을 몇 번 하는지(혹은 노쇼핑인지), 호텔은 어디로 가는지 등에 따라 비슷한 여행상품일지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정해진 예산 속에서 최고의 선택지를 고르는 고뇌가 시작된다.
그렇게 고심해서 고른 여행상품도 운이 나쁘면 취소될 경우도 종종 있다. 패키지는 최소 모객수가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가 아닌 비수기 일 경우 생각보다 모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모객이 되지 않은 경우 여행사에서는 비슷한 상품 혹은 때로는 다른 여행사의 상품까지 같이 조인돼서 떠날 수도 있다. 모객완료 여부는 미리 알기 어려우니 일단 돈을 넣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내가 결제했던 상품들은 모객이 되지 않아 취소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다만 모객이 될 때까지 좀 초조하게 기다리긴 했었다.)
패키지는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것 외에 준비사항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자유여행에 비해 쉽게 떠날 수 있다. 자유여행 하면 비행기표를 끊는 것부터 시작해서, 숙소, 이동수단까지 미리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 여행지에서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 계획을 짜는 것도 일이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긴 하지만 때로는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패키지는 이런 어려움이 없다. 정말 여권만 잘 준비하면 여행 전까지 내가 할 일은 별로 없다. 내가 할 일이라고 한다면 환전과 와이파이(혹은 로밍 등) 준비 정도이다.
패키지로 여행을 몇 번 떠나보니 패키지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보였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장점은 이동수단의 편리함이다. 패키지는 보통 여행지 내에서 대형버스를 통해 이동을 하게 된다. 현지 대중교통과 택시어플에 대해 알아보고, 이용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이것은 어른들에게 중요하다. 평소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어른들은 모르겠지만, 대중교통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것은 꽤 많은 체력을 요한다.
내가 엄마랑 가오슝 자유 여행을 떠났을 때 나는 엄마의 체력을 믿고 대중교통과 택시를 섞어서 여행을 진행했다.(평소에 나 보다 활동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엄마였다.) 엄마도 처음에는 외국까지 와서 현지인처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신기함도 즐거움도 한순간이다. 한국에서도 지하철 타고 멀리 다니지 않는 엄마가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대중교통을 타는 것은 생각보다 체력과 신경을 요하는 것이었다. 여행 후반부터 체력이 떨어지는 게 보이더니, 결국 엄마는 한국에 돌아가서 대상포진을 앓게 되셨다. 이 여행 이후 엄마랑 가면 무조건 렌트를 하든 아니면 택시로만 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또 패키지로 가면 그 나라(혹은 도시)에서 꼭 가야 하는 스폿에는 무조건 가게 된다. 자유여행으로 가면 이동이 애매하거나 혹은 여행 성향에 따라 안 가는 곳이 있다. 하지만 패키지여행의 대부분은 주요 관광지는 무조건 가는 일정으로 짜여있다. 이렇게 간 곳은 사진에 남아서 두고두고 자랑거리로 남는다. TV 여행프로그램에서 내가 갔던 장소가 나오면 반갑게 아는 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장소를 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요한다. K패키지는 아침부터 빡세다. 조식부터 꼭 챙겨 먹어야 하는 한국 어른들에 맞춰서 보통 6시부터는 일어나서 조식을 먹는다. 일본 오사카 패키지를 갔을 때는 조식 먹을 시간도 모자라서 버스에 모여서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해서 저녁 먹을 때까지 일정이 빡빡하다. 많은 장소를 가야 하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 내에 관광지를 한 바퀴 둘러보고 사진을 몇 장 찍으면 또 다음 여행지로 이동할 시간이 된다. 생각보다 빡빡한 일정에, 이 일정이 어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동하는 버스 안은 매우 조용하다. 모두 기절하듯 잠들어 계시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열심히 다음 여행지에 대해 설명해 주지만 이미 기절한 어른들 귀에 들어가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나에게 위의 단점은 크게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워낙 빡빡하게 여행을 다니는 스타일이고, 여행 가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여행과 다른 맛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나에게 패키지에서 내가 가장 큰 단점은 음식이었다. 나는 여행은 반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라 생각한다. 엄청난 맛집을 가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여행지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유명한 식당, 현지인만 갈 법한 식당에 가보고 싶은 것이다. 패키지는 이런 것이 모두 불가능하다. 물론 자유시간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일정 금액을 주고 주요 시내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오는 프로그램들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웨이팅이 있는 맛집들은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가이드가 추천한 식당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단점으로는 호텔 위치도 있다. 패키지는 주로 시내에서 떨어진, 그러니까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곳으로 간다. 패키지 가격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여행의 마무리는 숙소 근처 술집에서 간단한 술 한잔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위치는 너무 아쉽다. 잠깐 나가서 술 한잔하고 놀고 싶어도, 위치가 시내랑은 거리가 있어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렇게 써 놓으니 패키지가 단점 투성이 인 것 같다. 하지만 자유여행으로 내가 온전히 가족들을 책임지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분들은 무조건 패키지로 가야 한다. 생각보다 이동과 스케줄이 모두 정해진 여행이 얼마나 편안한 지 알게 된다. 돈 계산도 없이 음식을 먹고 미리 준비하지 않고 관련 여행지의 정보를 쏙쏙 얻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왔다 갔다 한다. 자유여행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는 다음에는 무조건 패키지로 간다 마음먹고, 패키지로 갔을 때는 다음에는 무조건 자유여행으로 간다 결심한다. 가장 최근의 가족여행은 패키지로 다녀왔으니 다음 가족여행은 무조건 자유여행으로 결심했다. 엄마, 아빠에게 확실하게 가이드할 각오를 다지고 준비를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