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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들 Feb 03. 2017

신파냐? 하면서도

권수경, <형>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극중 두식의 대사와 그 다음 장면에 빗대어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만 해라. 신파냐? 내가 그걸 믿을 거 같아?' 라더니, 엄마가 키운 마당의 감나무를 그냥 스쳐가지 못하는 두식의 찡그린 눈처럼.

잘나가'던' 국가 대표, 사기쳐서 감방 가고 사기쳐서 석방 된 양아치, 배다른 형제,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아픔을 딛고 이루는 역전극, 시한부, 웃음, 눈물, 감동. 그런 뻔할 수밖에 없는 구성요소에, 뻔하지 않을 수 없는 씬 연출까지 더해지니, 새롭게 이야기 될 만한 것이 전혀 없다. 어디선가 본 것도 같거나, 어디선가 본 것이 확실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평론가 평균 평점이 4점대인 것은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이 영화의 씨줄이라면, 조정석과 도경수가 이 영화의 날줄이다. 그것으로 <형>은 다수의 관객을 잡을 그물을 완성했다. '신파냐?'라고 물으면서도 잘 익은 그 둘의 연기에 휴지 한 장 쓰지 않기는 어려운 것이다. 사실, 인생에서 가졌었던 모든 것이 증발하거나, 미워했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나, 사랑하게 되어버린 이를 잃는 일은 '영화의 소재'로서는 너무 흔하지만, 우리네 인생에서는 감히 '흔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일을 겪어내는 아픔이 '실감나게' 담긴 얼굴 앞에서 냉정하기란 쉽지 않다.

결론이라면 뭐, 익숙하게라도 따뜻하고 애처로운, 그 무엇을 만나기에 괜찮은 계절이 바로 지금 아니겠느냐는- 정도가 되겠다.



덧. 외모가 '짜릿해. 늘 새로워'가 아니더라도, 폼잡지 않더라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더 없이 섹시하다는 것을 조정석은 최근 몇 년동안 입증해왔다. (조정석은 사랑이야★) 그리고 요정같은 비주얼로도 남성 배우로서 강하게 빛날 수 있음을 도경수를 통해 알아가는 중이다. 조정석에게 밀리지 않다니. 오히려 박신혜가 도경수에 비해 약한 느낌을 준다. '연기'라는 직업적 행위 자체에는 너무나 익숙해져있지만, 그냥 그 뿐인 것처럼 보인다. 간절한 표정은 잘 짓지만 간절하게 느껴지지는 않아. 이 영화의 주축이 브로맨스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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