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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들 Feb 08. 2017

편애하는 '공유'와 '전도연'

이윤기, <남과 여>

<남과여>(2016)

사실 이 정도면 시청이 무지하게 늦어진 것이다. 개봉 전부터 별렀던 작품이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공유여서, 둘은 전도연이어서. 나의 카톡 채팅창 배경은 공유였다가, 공유였다가, 공유였고 지금도 공유이다. 전도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때엔 촌스러웠다가 금세 섹시했다가 또 글루미했다가 천진난만했다가 관능적이었다가 순진무구하기를 넘나들며, 도대체가 규정지을 수 이미지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어떤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여배우 best3’에 빛나는 그녀. 나는 평소, 공유의 여자로는 임수정밖에 안 된다고 헛된 소리를 지껄이곤 했으나, 요즘은 임수정과 전도연과 정유미('부산행' 관련 사진 봤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까지만 된다는 헛된 소리를 지껄인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것이 내 리뷰의 핵심이다. 나는 로맨스코미디는 곧잘 보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서는 덜 보고, 정통 멜로는 거의 안 본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도 안 봤으니 말 다 했다. 멜로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보려고 하면 이상하게 다른 게 더 보고 싶어져 매번 미루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니까 사실 나는 멜로를 잘 볼 줄 모른다. 다른 멜로 영화들이 주로 어떤 재미를 주는지 모르고, 멜로영화에 대한 나름의 기준도 없다. 그래서 나의 이번 리뷰는 다른 것만큼도 믿을만하지 못하다. 공유와 전도연이 함께 연기하는 것을 보고 싶었고, 그 둘이 생각보다도 더, 아니 글쎄 너무 잘 어울리는 바람에 나는 그냥, 반하고 말았다는 것, 그 뿐이다. 아야, 내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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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홍과 상민이, 쉬지도 않고 무심히 흩날리는 눈발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것과, 관객으로서 기홍과 상민의 감정을 지켜보는 일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날도 흐린데 진즉 집에 가잘 때 갔으면 좋았잖아- 하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더 현명했든지 간에, 결국 눈이 내린 이상 쌓일 수밖에.

영화는 전체적으로 여백을 많이 두고, 최대한 덜 설명하며 흘러간다. 나는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꽤 마음에 내킨다. 불륜은 불륜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틀린 건 틀린 거고, 아픈 건 아픈 거고. 무엇보다도 공유는 공유이고, 전도연은 전도연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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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혹평의 대가(?)로 인지도를 높인 박평식 평는 이 영화에 대해 ‘굳세게 뭉친 겉멋과 넌센스’라는 한 줄을, 또 그와 같은 별점을 준 이용철 평론가는 ‘힘든 세상에서 복에 겨워 사는 게 미안해 멜로라도 하는 척’이라며 박평식 못지않은 혹평을 남겼다.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고, 결국에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공감이 가기도 하는...(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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