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꾸준한 취미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으앙.
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것은 야심한 시간에 맥도날드를 먹으며 cgv나 ocn 같은 영화채널을 보는 일이다. 침대 위에서 잠옷을 입고 양반다리를 한 채 와작와작. 주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탔었던 영화들이 방영되기 때문에 거의가 진작에 본 것들이지만 상관없다.
맥도날드 배달원이 문을 똑똑 두드릴 때부터 마음이 들떠서는. 침대에 앉아서 본 영화를 또 보면서 매번 먹던 햄버거를 한번 더 먹을 뿐인데, 한결같이 신나는 것도 참 웃긴다.
한 달에 한 번, 못해도 두세달에 한번씩은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간 그러지 못할 때는 반드시 계획이라도 세우는데,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너무도 게으른 취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그거야 뭐 '내 맘'이니까 별 게 아닌데, 다른 진짜 문제가 있다. 앞으로 내가 몇년에 걸쳐 해내야하는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그것과 함께 병행하기에 '새벽에 맥도날드와 함께 곱씹는 영화'는 어려운 취미여서 어쩌면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의 미련하고 아름다운 밤을.
부지런을 마음으로나마 지향하고 살았지만 아무래도 게으른 게 좋다. 요즘 들어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들키고 있다. 지금 시각은 오전12시38분, 야심한 밤이다. 앗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