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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들 Oct 24. 2015

게으른 것이 좋아

나의 꾸준한 취미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으앙.

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것은 야심한 시간에 맥도날드를 먹으며 cgv나 ocn 같은 영화채널을 보는 일이다. 침대 위에서 잠옷을 입고 양반다리를 한 채 와작와작. 주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탔었던 영화들이 방영되기 때문에 거의가 진작에 본 것들이지만 상관없다.


맥도날드 배달원이 문을 똑똑 두드릴 때부터 마음이 들떠서는. 침대에 앉아서 본 영화를 또 보면서 매번 먹던 햄버거를 한번 더 먹을 뿐인데, 한결같이 신나는 것도 참 웃긴다.


한 달에 한 번, 못해도 두세달에 한번씩은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간 그러지 못할 때는 반드시 계획이라도 세우는데,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너무도 게으른 취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그거야 뭐 '내 맘'이니까 별 게 아닌데, 다른 진짜 문제가 있다. 앞으로 내가 몇년에 걸쳐 해내야하는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그것과 함께 병행하기에 '새벽에 맥도날드와 함께 곱씹는 영화'는 어려운 취미여서 어쩌면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의 미련하고 아름다운 밤을.


부지런을 마음으로나마 지향하고 살았지만 아무래도 게으른 게 좋다. 요즘 들어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들키고 있다. 지금 시각은 오전12시38분, 야심한 밤이다. 앗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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