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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들 Nov 14. 2015

걱정이 하나 생겼다.

나는 내가 걱정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 줄 알았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앉아 유자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새로운 걱정거리가 몇 시간 전에 생기는 바람에, 8시 30분 출근은 망했다. 오늘따라 실외기실에서는 이유 모를 소음이 이어지고 잠은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언젠가 일기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어제까지의 삶에 대한 책임을 오늘 지고 있고, 앞으로 어느 날엔가 또 져야 할 지 모른다고.

그 어느 날의 첫 날이 오늘이라니. '내가 고자라니!!!'처럼 절망을 토하고 싶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마음을 쥐어뜯지는 않는 중이다.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어느 때이건 지나치게 호들갑 떨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잘난 체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런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내가 걱정에 대처하는 법을 이제는 좀 배운 줄 알았다. 웃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늘 밤의 최선은 그냥, '어떻게든 잘 될 것이다'다.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길어진 것은, 가장 힘든 주말 근무를 앞둔 이 시점에서 분명 실수이다. 그치만 또 푹 자고 일어난 월요일 늦은 아침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있을 것이다. 괜찮다. 주말은 조금 피곤하고 말 것이고, 걱정거리는 개구멍이라도 출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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