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 필요한 진행지 구성하기
『프레드릭』 동화로 제가 실제 독서모임을 할 때 사용했던 진행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별점이야기] 『프레드릭』은 겨울을 준비하는 들쥐들 사이에서 홀로 햇살과 색깔, 말을 모으는 시인 들쥐 프레드릭의 이야기입니다. 들쥐 가족과 다른 방식으로 겨울 양식을 준비한 『프레드릭』을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진행지는 별점이야기, 자유질문과 선택질문, 마지막으로 소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별점이야기에 있는 책 요약 문장은 책 표지나 온라인 서점(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책 소개에 나오는 문장을 참고해서 1문장 혹은 2문장으로 압축하면 됩니다.
별점이야기는 영화평론가가 영화를 본 뒤에 별점을 매기는 것과 같습니다. 참여자에게 별 5개 만점이고, ‘0.5’도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0.5, 2.5, 3.75로 별점을 주시는 분도 봤습니다. 이렇게 0점부터 5점까지 자유롭게 별점을 준 뒤에 그 이유를 자유롭게 나누면 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말이 있다면 함께 나눠볼까요?
어린이들이 볼 진행지이기 때문에 ‘소감’ 대신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말’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대상에 따라 진행지에 있는 단어 하나하나를 그들의 이해 능력을 고려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인 대상일 경우, 눈이 좋지 않아서 읽기 곤란할 때는 동화책이나 오디오북을 활용해서 독서모임을 해봐도 좋습니다.
1. [자유질문] 겨울을 대비해 부지런히 일하는 들쥐 가족이 있습니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다른 행동을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프레드릭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질문은 프레드릭의 행동에 대한 생각을 묻고 있습니다. 인물과 갈등(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질문입니다. 대상이 초등학교 저학년·중학년인 것을 고려해 질문의 수준도 맞추려고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2. [선택질문] 프레드릭은 겨울을 준비하는 대신 색깔을 모읍니다. 겨울에 먹을 수 없는 색깔을 모으는 일이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선택 1_ 색깔 모으기는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
선택 2_ 색깔 모으기는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래 질문은 1번 자유질문을 선택질문으로 바꾼 것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렇게 질문을 바꿔도 됩니다.
3. [선택질문] 들쥐 가족은 겨울을 대비해 양식을 모읍니다. 프레드릭은 가족과 달리 색깔을 모읍니다. 여러분은 프레드릭의 행동이 ‘혁신’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변명’으로 느껴집니까?
선택 1_ 혁신으로 보인다
선택 2_ 변명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같은 발췌문을 가지고 대상과 목적에 따라 아동용, 청소년용, 성인용으로 질문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들쥐 가족이라면 프레드릭에게 어떤 말을 할지 세 문장으로 써주세요.”, “프레드릭이 오늘 일기를 쓴다면 어떻게 썼을까요?”, “여러분이 겨울을 준비한다면, 양식을 모으는 것과 색깔을 모으는 것을 몇 대 몇 비율로 준비할까요?” 같은 질문으로 바꿀 수도 있겠죠.
4. [선택질문] 들쥐 가족은 겨울을 준비하며 먹을 것을 모았습니다. 프레드릭은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두 준비 모두 겨울을 나기 위한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들쥐 가족과 프레드릭 중 누구의 모습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까?
선택 1_ 들쥐 가족처럼 사는 편이에요. 그 이유는...
선택 2_ 프레드릭처럼 사는 편이에요. 그 이유는...
이 질문은 독서모임에서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질문입니다. 어린이는 프레드릭이 가진 상상력을 아직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적극적으로 답합니다. 물어보면 자신이 프레드릭처럼 살고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어서 “가족 중 프레드릭과 가장 닮은 사람이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열에 여덟은 ‘아빠’라고 대답합니다. “왜 아빠가 프레드릭이라고 생각했나요?”라고 물으면, 아빠는 집에서 주로 소파에 누워 지내고, 야구를 계속 본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소감] 오늘 『프레드릭』으로 친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 글을 나눠보아요.
오늘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었나요?
이야기가 재미있었나요?
어떤 그림이나 글이 마음에 남았어요?
독서모임을 마친 후에 소감을 묻는 말입니다. 아동용으로 수정해 문장을 더 친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냥 “소감을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하면 참가자들이 짧게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독서모임의 책을 고를 때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는지?’. ‘재미있는지?’,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고릅니다. 그래서 소감에도 제가 책을 고를 때 사용하는 기준 중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최근에 진행한 중학교 2학년 문해력 수업에서 한 학생이 “잿빛이 뭐예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회색을 잿빛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며칠 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잿빛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잿빛은 ‘불에 타고 남은 재의 빛깔처럼 흰빛을 띤 검은빛’을 뜻합니다.
진행자는 독서모임을 준비할 때 책에서 모르는 단어와 개념이 나오면 반드시 찾아봐야 합니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10개를 넘는다면 그 책은 독서모임 도서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고, 질문을 만들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강의에 참여한 수강생들에게 몇 년 동안 받았지만, 명쾌하게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은 책마다, 발췌문마다,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말로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강동구 굽은다리역 북카페에서 이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려운 질문은 책을 한 번 읽고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고, 쉬운 질문은 책을 읽지 않고도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보통인 질문은 책을 한 번 읽고도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제 이것이 질문 난이도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