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에서 발췌하고 질문하기
비문학은 상상이나 허구가 아니라 사실, 정보, 주장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역사, 경제, 경영, 부동산, 과학, 생물, 천체, 궁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이처럼 사실과 정보에 기반해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글을 비문학이라 부릅니다. 분야별 기본 지식이 있으면 발췌에 유리하지만, 꼭 그 주제에 정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발췌할 수 있습니다.
비문학 발췌의 기준은 주장, 쟁점, 핵심어입니다. 주장은 글쓴이가 독자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중심 생각입니다. 주장이 담긴 부분은 글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문장, 문단입니다. 그래서 비문학을 읽을 때는 ‘저자가 이 책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읽어야 합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2014년 출간 이후 1권은 100만 부 이상 팔렸고, 시리즈 전체는 200만 부를 팔리고 있는 비문학계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란 무엇인가? 답부터 말하면,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다. 세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그때서야 세계에 발 딛고 있는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깊어진 ‘나’에 대한 이해는 한층 더 깊게 ‘세계’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나에게 보이지 않고 숨겨졌던 세계에 대한 이해. 이것이 지적 대화를 본질이다.
정리해보면, ‘지적 대화’를 위해서는 ‘나’와 ‘세계’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적 대화를 위해 먼저 ‘세계’부터 차근차근 여행해나가고자 한다.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이 책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라는 어려운 주제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습니다. 제가 독서모임 진행자 교육과 기획자 교육에서 지금도 비문학 교재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책입니다.
위 발췌문에서 저자는 지적 대화를 위해서는 ‘세계’와 ‘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세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나를 이해하고, 세계를 더 깊게 바라보는 토대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를 먼저 이해해야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주장이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를 모르고 어떻게 타인을 이해하지?’라는 반론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이 발췌문의 쟁점입니다.
다음으로 사용할 책은 『생각의 지도』입니다. 리처드 니스벳 교수가 동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 차이를 심리학과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서양인은 분석적이고 개인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동양인은 전체적이고 관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동양과 서양이 ‘행복’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으며,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중국인들은 또한 주변 환경을 자신에 맞추어 바꾸기보다는, 자신을 주변 환경에 맞추도록 수양하는 일을 중시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하여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리스의 꽃병이나 술잔에는 전투나 육상 경기처럼 개인들이 경쟁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반면, 중국의 도자기나 화폭에는 가족의 일상이나 농촌의 한가로운 정경이 자주 등장한다.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p.31
그 근거로 동서양의 꽃병이나 술잔에 있는 그림의 소재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경쟁’을, 중국은 ‘가족이나 일상’을 주로 소재로 삼고 있죠. 여기서 쟁점이 등장합니다. 행복이 ‘개인이 실현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공동체 속에서 조화롭게 이뤄야 하는지?’가 쟁점입니다. 핵심어로는 문화, 행복, 자질, 화목 같은 단어가 눈에 들어오네요.
비문학 발췌에서 팁 하나를 드리자면, 제목과 소제목을 중심에 두고 읽는 것입니다.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이라는 소제목은 그 자체로 글의 핵심 주제와 연결됩니다. 발췌할 때는 이런 제목과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을 고르면 됩니다.
글을 읽기 전과 후에 '왜, 이 제목을 썼을까?'라는 질문을 반드시 던져보세요. 글의 중심을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발췌해야 하는지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다음 발췌문을 보겠습니다.
법률에서의 동서양 차이
중국의 판사는 법을 추상적인 실체가 아니라 각 개인에게 따로따로 적용되어야 하는 융통성 있는 것으로 본다.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없는 법은 인간적이지 못하며 결코 법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저자는 중국에서는 법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로 본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에서는 법을 ‘과학이나 보편성’이 아니라 ‘예술이나 특수성’으로 본다는 쟁점이 생깁니다.
핵심어로는 중국, 법, 과학, 예술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처럼 발췌한 문장으로 어떻게 질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