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있던 일들이 불쑥 떠올랐다.
오늘 너의 죄를 사한다는 우편을 받았다.
사면해 준다고 했다.
까맣게 잊고있었던 일이다. 아 난 아직도 용서받지 못했구나.
용서, 말소, 사면, 관면, 관서, 난 또 무엇을 더 받아야하지?
감정은 사라지지만, 사실은 남아있음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이미 내 머릿속에 사라졌어도
사실은 사실대로 과거에 기록되는 것이다. 오늘 그것이 나를 일깨워줬다.
당연히 용서받은줄 알았으나, 상대는 용서하지 않았을수도 있었음을 깨닫는다. 용서는 용서해주는자의 몫이다. 용서받는 이는 용서를 정의할 자격이없다.
돌이켜 보면 나 또한 다를바 없다.
용서한다고 당신에게 고백하여놓고, 여전히 당신을 미워한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해 놓고, 여전히 당신을 그리워한다.
어떻게보면 솔직하지 못한 나보다. 날 몇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사면한다는 당신이 더 솔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대여, 사면하여주어서 감사하오.
덕분에 남은 인생이 조금 더 평탄해 졌네요. 이제 어디가서 조금 숨죽일 필요없고, 먼저 눈치볼 일이 없으니 얼마나 감사할 일이에요.
다만 내가 잊고있었던 사실을 복귀기켜준 편지 한통으로 나는 잠시 과거로 다녀왔어요. 그때의 나로. 철없었지만 생기있었던 나로. 그때의 겁없이 모든일을 해치워 해냈지만, 누구보다 외로웠던 나로. 내편이 아무도 없다고 느껴서 몇날 몇일을 울었었던 그때로.
그러니 그대여.
이제 용서의 용서의 용서의 용서를 그만 멈추어주길.
나의 미안함과 죄송함은 과거완료형이 된지 오래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