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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pr 18. 2024

그 케이크가 기억나.

메리크리스마스.

여섯살 때였던것같아.

크리스마스 전날이었어. 우리 아버지는 목사님이셨어. 그당시에는 작은 교회에서 전도사님을 하시면서 작은 월급으로 생계를 꾸렸어.

당연히 단칸방이었지. 

난 이미 그 때 산타가 없다는걸 알고있었어. 어머니 아버지는 종교에 심취하셔서 크리스마스는 주님의 날이라고 산타는 없다고 뭘 그리 강조를 하시던지. 감사하게도 난 산타를 기다리지 않았어.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가끔 저렇게 고집을 부리시는걸 보면 어린 나는 엄마아빠가 미웠어.

일요일에는 즐거워서는 안되고 경건해야 한다며 슈퍼에 가지 못하게했어.

그 재미있었던 일요일 아침에 하는 만화 있잖아? 난 그날 텔레비전을 하루종일 켜지못했어.

지금 생각하면 탈레반같아. 

그런 내가 산타가 있다고 믿는것이 더 모순이지. 


엄마는 시니컬하게 커가는 내가 딱해보였나봐. 아빠 몰래 나에게 오시더니 귓속말로 "산타는 있어"라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말씀하셨어 "오늘 산타가 너에게 케이크를 줄건가봐"


작은 단칸방에서 네식구가 자는 집에 산타라니. 오다가 내가 밟힐지도 모를일인데 말이지.


새벽이었어. 

나랑 동생은 늦게까지 둘이있을일이 많았어. 철문하나 두고 여섯살 네살 아이가 둘이 잔다니. 지금 생각하면 왠지 짠해. 여하튼 둘이서 자고있었는데.

밖에서 엄마아빠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

비싸게 돈을 주고 산 케익이 집앞에서 엎어진 모양이었어. 일년에 한두번 먹을까 말까한 내 아까운 케익이. (엄마아빠 입장에서는 산타케익이라고 하자) 상자째 거꾸로 엎어진 모양이었어.

그때의 엄마아빠는 지금의 나보다 어려. 서로 탓을 하셨어. 이해해. 속상하셨을꺼야. 아빠는 처음부터 산타를 싫어하셨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몽롱하게 잠이들었어.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엄마가 케이크를 내밀더라.

산타가 네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라고. 크림을 많이먹으면 몸에 안좋아서 크림을 싹 먹어버리고 몸통만 남기고 가셨다고.

난 그냥 울었어. 무었이 슬펐던걸까.


엄마의 거짓말? 내가 먹고싶었던 두꺼운 크림? 눈이오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멋쩍게 뒷짐지고 있었던 아빠? 그저 케익을 먹자고 좋아하던 내 동생?


난 그 모든것이 슬펐던거야

지금 이글을 쓰면서 느껴지는 슬픔 그 오롯한 감정처럼.


나는 왜 생크림 케익 하나에도 슬퍼지는 걸까.

그저 맛있게 먹으면 되잖아.

당신은 알고있니?


오늘 나에게 와주지 않을래? 

내가 더이상 슬퍼지지 않게.

소복히 생크림이 올라간 케이크를 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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