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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May 09. 2024

나를 '차단'한 당신들에게

'차단'이라는 것을 처음 '당'해봤다. 당신들로부터.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몽글몽글한 날이었다. 책 발간과 관련하여 수개의 응원과 격려의 메일을 받았으며, 그로인해 용기있게 글을 탈고하리라 마음을 먹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체육대회의 글을 마무리하고 다음 글은 탈고와 관련된 따뜻한 글을 연이어 쓰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나는 따뜻한 글을 연이어 쓸수있는 그런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당신들로 인해.

물론 당신들을 제외한 또다른 당신들도 나를 '차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식과 비인식이라는 엄청난 차이점이 있다. 나를 의식적으로 보란듯이 '차단'한 것은 당신들이 유일하다.

차단을 '차단'이라 칭함은 이 역시 메이저급 메신저의 '차단'기능임을 밝히는 데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조차도 유치함에 어찌할 바를 몰라 '차단'이라고 따옴표를 넣을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차단'은 그 사람이 당신에게 중죄를 저지르거나, 해를 입힐때 하는 행동이다. "유치하게 메신저 차단가지고 그래"라고 오물거리고 있다면 자신의 이중성을 의심하길. 당신들은 분명히 '차단'을 비중있게 생각하고 있으며 나를 차단하기 까지 쉽지않은 번뇌를 하였을 것이니. 그러니 나 혼자만 유치해 질수는 없다는 문단임을 밝힌다.


나는 몰랐다. 내가 당신들에게 중죄를 저질렀으며 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그것이 중죄인지 모른것이 중죄라면 중죄가 되겠고, 내가 한 행동이 해를 입힌 행동이었다면 나는 차단당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묻고싶다. 대체 무엇이 당신들을 공포에 떨게하여 나를 '차단'하였는지. 어떤 포인트의 어떠한 행동이 당신들에게 중죄가 되고 해를 입혔는지. 그리하여 나는 세상 유치하게 '차단'에 대해 에세이급 산문을 쓰고 있어야만 해야하는지. 나의 어떤 면이 두려웠는지.


나는 당신들을 '차단'하지 않을것이다.

당신들이 두렵지 않으며 나에게 중죄를 저질렀다고, 해를 입혔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차단'했다고 나도 덩달아 '차단'하는 것은 지금 이 글을 쓰며 '차단'이라는 단어를 몇번째 복기하고 있는 나에게 더없이 유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존중하고 떠나주길 바랬다. 사랑하는 이들이 날 떠나가는 것은 익숙하다. 익숙하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너의 작은 그려나 사려깊은 '차단'이라는 행동은 한동안 내 들숨과 날숨을 불규칙하게 만들었다. 슬퍼서가 아니다. 과연 당신들이 사려깊게 날 '차단'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다.


당신들의의 사려깊은 '차단'은 나에게 큰 의미이다. 그 이유는 아마 당신들도 잘 알것이라 생각된다. 알기 때문에 나를 '차단'한 것이겠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당신들은 보란듯이 나에게 등을 진것이겠지.

그로인해 내가 타격을 입었을거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아주 정확한 판단이다. 다시한번 묻고싶다. 내가 그렇게 유해하였는지, 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단순한 '차단'이 아님을 당신들이 더 잘알고 있다.


오늘 교수님께 글쓰기에 대해 작은 조언을 들었다.

글을 쓸때 날숨에 초점을 맞추지말고 들숨에 초점을 맞추라고 하셨다. 글을 쓸때 냉철함이 더 필요하다고 하셨다. 이렇게 감정을 잔뜩실어 글을 쓰는 것은 지양하라고 하셨다. 저자 본인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것은 좀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작심삼일이 아닌 작심 세시간만에 난 날숨에 힘을 실어 글을 쓰고 있으니. 아마 이런 문체도 아이의 기질처럼 타고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그대들이여.

난 당신에게 해를 입힐 생각이 없으며, 중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유치하게 짝이없는 '차단'을 클릭하기 전에 내가 왜 '차단'(더이상 쓰고싶지도 않다)을 당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이유는 말해주었어야 했다.


마지막 날숨으로 이야기한다.

당신들은 비겁하다.

너는 기어코 나의 멱살을 잡아 볕에서 그늘로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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