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이한 장편소설
린이한 님은 이 소설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앞머리에 "실화를 바탕으로 쓰다"를 남기고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삶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커다란 이야기의 흐름과 움직임이 거의 없다. 그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생존했는지, 성폭력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것을 사랑과 혼동하게 되었는지. 가정폭력은 피해자를 어떻게 무너뜨려가는지, 왜 그들은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300페이지가 넘는 순간까지 묘사하고 있다.
집필하는 작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이 이야기를 남기고 세상을 등질만큼, 얼마나 고통의 순간을 지내왔을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받지 못하고 십수 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고 읽는 내내 뒷페이지의 내용이 무서워 페이지를 넘기기가 조심스러웠다.
우리 학교 사서선생님께서 이 책을 서가에서 빼내어 따로 보관하셨을 정도이니, 학생들에게는 권장하고 싶지 않다. 때로는 모르는 것도 조금 늦게 아는 것도 더 나을 수 있겠다 싶어서이다.
몇 군데 귀퉁이를 접어 필사하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묘사와 비유가 뛰어난 문장들이 많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이곳에 공개하기에는 힘든 내용이라서 개인적으로 노트에 필사를 하였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처럼 느껴졌으나 엄밀히 나의 삶과 다른 게 무엇인지 반문하게 되었다. 사건과 과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위선을 마주하는 것처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존엄성은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을 멋대로 판단하였는가, 알량한 내 잣대를 가지고 내가 그동안 어떤 일을 벌여왔던 것인가. 문득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꽤 많은 디프레스를 수반시키는 책이기 때문에, 즐겁게 유쾌하게 독서를 하고 싶은 분께도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들여다보아야 할 사회적 이면을 충분히 묘사하고 있기에 혹여나 고독과 고민을 '선택'하고 싶다면 조심스레 당신들에게 권하고 싶다.
부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이들이 온전히 평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