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앉아있었다.
만석인 고속버스는 사람냄새로 가득했고, 서린 김으로 차창밖은 잘 보이지 않았다.
40번, 41번 좌석에 앉은 탓에 작은 요철에도 자리는 크게 흔들렸다.
딸아이는 오늘 일정이 버거웠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무릎엔 커다란 쇼핑백을 올려놓고 깜박깜박 졸더니 내 어깨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딸아이는 내 손을 가만히 잡고 있었다. 마디가 굵은 내 손과는 다른, 보들보들한 작은 손이었다.
지금껏, 마음에 여유가 없게 지낸 탓에,
아이의 작은 투정조차 잘 받아주지 못했던 나는,
손 한번 제대로 잡아준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던 나는,
오는 길 내내 그 손을 잡고 있었다.
따뜻한 아이의 온기, 흔들리는 차량, 창밖으로 보이는 자동차들의 뿌연 후면등, 환기가 되지 않는 고속버스 특유의 냄새가 모여 '한 장면'이 되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도 상관없었다. 눈밑에 주름이 더 생겨도 상관없었다. 그저, 그 순간에, 내 아이와 함께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가 보살피던 존재가 이제 나를 이해하고 있는 친구가 되었다는 것,
나를 통해 세상에 나온 아이가, 이제 스스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벅찼다. 감사했다.
버스가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되려 마음은 조금 느긋해졌다.
집에 돌아가면 또다시 난 내 일을 하느라 바빠지겠지,
아이에게 또 잔소리하고, 이런것 정도는 이제 혼자 하라고 면박도 다시 줄 것이다.
분명 새해가 오면 엄마 늙었다. 주름좀 봐라. 엄마만 한 살 더 먹었다고 투덜 댈 테고.
하지만 그 모습 역시 '나'다.
나는 도착할 때까지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았다. 조용히 같은 자세로, 같은 속도로 아이 곁에 앉아 있었다.
내 아이도 오늘의 말없는 광경을 기억하려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있으려나.
이런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데 까지, 이 아이는 얼마의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갈까.
꿀렁이는 뒷자석에서
그렇게 말없이 아이의 이마에 머리를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