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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Oct 23. 2023

김소율 - 마음 챙김 미술관

미술치유와 명화들.

근현대의 미술과 중세미술을 아우른 명작들이 한 군데 모여있다. 내가 좋아하는 르누아르, 클림트, 엘베, 뭉크 등의 감각적인 그림들이 잔뜩 실려있으며(고전 미술은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 그에 따른 심리학자의 코멘트까지. 그림과 글을 함께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


인상 깊은 구절은 아래에 남기도록 하고, 새로 만난 그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릴리 엘베의 포플러나무이다. 유화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이 있고 섬세하다. 화폭에 담긴 포플러 나무의 줄기와 잎사귀가 바람에 나부낀다. 피요르드에 비친 포플러는 나이프로 칠한 듯 흐릿하지만 그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뒤로 보이는 원근법을 사용한 나지막한 언덕들, 빨간색 집들이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맞은편 수풀들에 웅크리고 앉아있고 싶다. 피요르드만이 갖는 습기와 땅의 냄새, 전반사된 물가의 포플러나무를 실제로 보았으면 좋았으련만.

포플러나무는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나무이다. 비슷한 나무로 미루나무가 있는데, 저 수형과는 꽤 다르다.

아래는 모네의 포플러나무이다. 사랑하는 모네이지만, 이번에는 엘베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

아름답다.

모네 - 포플러




아래의 그림은 모네의 초창기 작품이다. 검은색을 사용하지 않고 그려낸 풍경화이다. 모네의 아르강퇴유 시리즈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다. 모네가 그린 그림 중, 가장 그늘지고, 가장 컬러의 다양성이 떨어지며, 가장 비현실적인 풍경화다. 물과 하늘의 경계가 없는 물가. 그곳에서 해 뜨는 시간 노질을 하는 뱃사공, 러프하게 칠해진 하늘의 물감과 잔잔함을 표현한 초록색의 윤슬들이 내 마음을 설레개 한다.




프리다칼로는 처음 만나보았다. 보통 위와 같은 그림을 주로 그리셨는데, 이혼으로 인생의 변곡점에 다다른 뒤, 위와 같은 섬뜩한 그러나 담담한 그림을 그리셨다. 제목은 그 시대의 큰 사건인 살인사건이 주제이며, 그림 속의 남자는 심지어 미소를 띠고 있다. 마치 '네가 찔림을 자초했어'라고 말하는듯한 표정이다. 액자구도인 이 그림은 바깥의 프레임의 화폭까지 피로 물들어있다. 난자된 여성의 몸과 벗겨진 한쪽 구두, 까만 서혜부가 현실에서 일어난 일임을 역설한다. 무척 인상 깊었던 것은 비둘기 두 마리이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그렇게 남자의 이유를 대변한다.

누군가에겐 끔찍할지 모르겠지만, 난 이 화가의 슬픔이 이렇게 승화된 것으로만 해도 그가 부럽다.


알로리와 클림트의 유디트

역사적 그림에는 수많은 유디트가 있다. 이스라엘의 영웅 유디트. 그런데 유디트를 묘사한 두 그림을 보라. 잔다르크처럼 단호하고 아름다운 알로리의 유디트는, 눈에서 이미 광채가 난다. 마치 성모마리아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적장의 머리를 꽉 쥔 왼족은 결의에 차있다.

하지만 클림트의 유디트는 다르다. 그녀의 얼굴은 관능적이다. 내리 깔고 있는 매혹적인 눈, 반쯤 벌린 입술, 사르르 번진 미소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반짝거리는 하얀 이와 이마의 광택은 흰색으로 표현하였다 마치 너도 내가 손안에 넣을 수 있다는 듯한 저 미소와 여유가 난 마음에 든다. 황금색 장식을 한 옷매무새 또한 관능적이다. 황금빛 수가 놓인 상의로 그녀의 속살이 비친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깨를 똑바로 펴고 감상자들을 응시한다. 왼손에는 적장의 머리를 손에 쥔 채.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당장이라도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이 그림이 정말 좋아졌다. 그녀가 말하려고 하는 것, 저 미소, 옷사이로 보이는 젖가슴,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는 그림이다. 클림트는 위대하다.


이밖에 수십 종의 고갱, 마네, 뭉크, 등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그림과 연결되어 심리학도 잘 파고들었는데 정싱분석 심리학 쪽은 아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심리학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그림만 보고 넘어가도 훌륭할 것 같다.



# 그러나 우리는 극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사진 같다고 표현하며 몽환적인 느낌으로 찍힌 사진을 보며 그림 같다고 설명한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뒤섞여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도, 신념도, 감정도 그렇다. 그렇기에 리히터는 사진을 극사실적으로 따라 그린 후 브러시로 문질러 사진이 아니게 만들었다. 리히터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추구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자유였다. 그렇기에 그의 초기 작품들은 실제와 추상의 그 중간 즈음에 위치하고 있다.


# 긍정적인 감정, 부정적인 감정 또한 선택할 수 있다. 이제 선택한 감정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감정을 선택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감정을 통해 어떤 상태가 되기를 원하는 걸까 또 그 감정을 통해 나는 진실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럼 다시 질문해 보자, 나는 오늘 어떤 감적을 선택하며 보내고 싶은가?


# 심리치료 현장에서 삶의 변화를 위해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던지는 질문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다.'혹은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출발할지를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고, 우회에서 가게 될 수도 있고, 여로 유혹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출발지와 목적지가 확실하다면 결국에는 내가 한 선택의 결과를 맛볼 수 있다.

고갱이 그림을 통해 스스로 질문한 것처럼, 자신의 지금 인생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자신은 어떤 사람이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잠시 멈추어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르누아르는 행복하기를 선택한 화가였다. 궁핍했고,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았고, 지원해 주는 가족도 없었지만 우울하거나 고통받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 보이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보이는가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누군가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그다지 새로운 일도 아니고, 자신 역시 다른 이들에 의해 쉽게 평가 대상이 된다. 때로 누군가는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를 완전히 분리하려 애쓰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에게 보이는 용도로 만든 모습이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간극이 크게 벌어질 때, 그 불균형의 불협화음은 심리적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신에게 너무 무거운 가면 혹은 맞지 않는 가면은 자신의 원래 얼굴에 생채기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할 경우, 가면에 맞추느라 억지로 욱여넣다가 기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변해버릴 수 있다. 가짜 자야, 사회적 성격이 진짜 나를 사라지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원래의 내 모습을 찾아보자.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무엇을 좋아했던가. 나는 원래 무엇이 되고 싶던 사람이었던 가. 내가 이 일을 처음에 왜 시작했던가. 나는 결혼을 하면서 무엇을 기 대했던가. 10년 전 나는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랐던가 가면을 벗고 편안하게 본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아주 짧더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샤이를 하는 시간, 잠이 들기 전의 시간, 하늘이나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등, 이 시간들이 주어질 때 잠시 가면을 벗고 온전히 나로 있어보자


#푸르고 어두운 하늘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고 아래 에는 별빛을 받은 마을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의 왼쪽에는 나무처럼 보 이는 검은 무언가가 있는데, 이것은 '죽음'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 나무이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고흐의 다른 그림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고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얼마 전 그린 그림임을 감안했을 때, 사이프 러스 나무가 나타내고자 하는 상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마을 중앙에는 뾰족한 교회 첨탑이 있다. 인간이 하늘에 닿기 위해 쌓아 올리고 또 쌓 아 올린 상징이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하늘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은 죽 음뿐이라는 사실을 고흐는 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

1890년 7월 27일이 되던 날, 고흐는 가장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 다. 자신이 자주 그림을 그리던 밀밭에서 권충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이 다. 그리고 이틀 뒤인 29일에 사망한다.


# 기억해야 할 것은 미봉책의 선택을 반복하며 부정적 감정과 문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내가 지고 갈 책임을 직면하는 것보다 회 피하는 것이 더 쉽다'는 신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혹시나 당장의 불편한 감정을 피함으로써 느껴지는 안도감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자동 적으로 미봉책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시간이다. 감정의 회피는 안도감으로 이어지고, 그 순간 더 이상 변화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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