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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Oct 30. 2023

걷는 독서, 박노해

900쪽에 육박하는 꽤나 두꺼운 도서이다.

800번대 색인을 가지고 있긴하지만, 에세이도, 산문도 아닌, 박노해님의 무엇인가가 꽉 차있는 도서.

왜이런 명언집?을 굳이 1000쪽에 달하는 책으로 엮으셨을까 의아했다.

시인으로, 작가로, 혁명가로 살아오신 그가 이야기해주고 싶은건 대채 무엇이길래

한장에 한문장이 써있는 책을 내셨을까?

 

먼저 서문에 대해 다루고자한다.

서문을 읽다보면, 굉장히 놀라게된다. 그가 왜 이 책을 펴내게 되었는지, 그의 고되지만 행복한 삶은 어떠했는지, 몇페이지 만으로 가슴에 와닿기 떄문이다.

담담하지만 깊이있는 작가의 서문

이렇게나 훌륭한 서문이라니.


# 돌아보니 그랬다. 나는 늘 길을 찾는 사람이었다. 길을 걷는 사람이었고 걷는 독서를 하는 이었다.

# 유년의 가난과 고독과 슬프의 허기로 먹어치운 책들이 내 안에서 푸른 나무로 자라났고, 청년이 되어 군사독재 시대의 한가운데로 나는 불화살처럼 내달렸다.

# 어느덧 내 생의 날들에 가을이 오고  흰 여백의 인생노트도 점점 얇아지고 있다. 만년필에 담아 쓰는 잉크는 갈수록 피처럼 진해지기만 해서, 아껴써야하는 남은 생의 백지를 묵연히 바라본다.

# 그리하여 날마다 계속되는 나의 반성은 이것이다. 나는 너무 많이 읽고 너무 많이 쓰고있는 것은 아닌가. 내 일생동안 거듭읽고 다시 읽어온건 가장 오래 전승된 짧은 말씀들이 아닌가

# 진정한 독서란 지식을 축적하는 '자기강화'의 독서가 아닌 진리의 불길에 나를 살라내는 '자기소멸'의 독서다. 책을 읽었다와 책을 읽어버렸다의 엄청난 차이를 알것이다. 읽어버리는 순간, 어떤 숨결이 일었고, 어떤 불꽃이 되었고, 저 영원의 빛에 감광되어 버렷고, 그로부터 내 안의 무언가 결정적으로 살라지고 비워지도 만것이다. 그 소멸의 자리만큼이나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새로운 삶을 잉태하는 하나의 성소인것이다.

# 어디서든, 어디서라도 나만의 길을 걸으며 걷는 독서를 멈추지 말자. 간절한 마으으로 읽을때 사랑, 사랑의 불로 읽어버릴때 걷는 독서는 나를 키우고 나를 지키고 나를 밀어올니는 신비한 그 힘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길어줄테니.

걷는 독서를 하는 순간 그대는 이미 저 영원빛으로 이어진 두 세상 사이를 걸어가고 있으니.


다 읽는데 꼬박 5일이상이 걸렸다.

명언과 한문장이 안되는 글이 잔뜩실려있는 이 책에 귀퉁이를 접어가며, 책을준 새친구에게 감사했다. 또한 이러한 결의 책을 읽을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 또한 이책으로 감광되었다. 어떻게 버릴 구절이 하나도 없을수가 있지.


# 앞이 보이지 않는것은, 어둠이 깊어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이 멀어서이다.


#너와나, 이 만남을 위해 우리는 오랜시간 서로를 향해 마주걸어오고 있었다.


# 내가 상처받는 지점이 내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다


# 악의 완성은 선의 얼굴을 갖는것이다.


# 울지마, 사랑한 만큼 슬픈거니까.


# 경험은 소유하고 쌓아가는것이 아니다. 경험 속에 나를 소멸해가는 것이다.


# 제일 좋아하는 열개의 단어를 적어보라, 제일 경멸하는 열개의 단어를 적어보라. 그러면 내가 누군인지 드러날것이다.


# 관심에는 총량이 있다. 우선순위 바로하기. 단념할것은 단념하기.


# 욕망은 절제될 수 없다. 더 높은 차원에서 전환될 수 있을 뿐이다.


# 패션은 사상이다.


# 밤하늘에 가장 빛나는 별은, 북극성도 명왕성도 아니다. 인공위성이다 너무 번쩍이는 빛을 경계하라


# 신독, 홀로있어도 삼가함. 홀로있을 떄의 모습이 진짜 그의 모습이다.


# 더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하나하나 빼보라. 그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새벽별처럼 떠오른다.


# 살다보면 존재는 의식을 배반한다. 인간은 그가 사는 대로 되어간다.


# 참된 독서란 자기 강화의 독서가 아닌 자기 소멸의 독서다


# 고난은 우리 영혼의 맥박이다.


#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말라, 담담한 일상 가운데 생의 비의가 깃든다.


# 생의 고통은 위로로 사라지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고 젖은날을 피할수 없듯.


# 자신의 심장을 잃지 않고는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얻을 수 없다.


# 나는 너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단지 온몸을 기울여 느낄 수 있을뿐.


# 오직 인간만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존재다. 희망은, 인간의 영원한 불치병이다.


# 작은 소유로, 기품있게.


#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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