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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Dec 16. 2023

문예창작과 면접시험. 그리고,

2시 면접이었으나, 아침 8시에 출발하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싶었다. 많은것들과 이별할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별을 결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별과 재회에 대해 여러번 마음속의 번복이있었으며,

그 번뇌로 집안을 살뜰히 살피질 못했다. 그리하여 죄책감까지 더해진 마음으로 오늘 기찻길에 올랐다.


날 데려다주고 데려온 신발들.

따뜻한 신을 신고 출발하였다. 발이 너무 따뜻해 귀과 볼에게 미안해졌다. 그러거나말거나, 미리 도착해 내 시간을 갖고픈마음에 종종거리며 혜화역까지 달려갔다.


거리는 한산했으며 추웠다. 면접에 들어가기전 뽑아놓은 예상문제들을 복습하였다. 

불현듯 서울의 냄새가 났다. 

차를 다 마시고, 근처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게 면접을 보러 온 자의 자세인지 궁금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무료전시라서 관심들이없는지, 추운 날씨때문이었는지, 전시관엔 나와 그것들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전시관의 내 발소리가 듣기좋았다. 혼자에 익숙해 진 탓인지, 아무에게도 말을 할 필요없었고, 이작품이 좋은지 저작품이 좋은지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앞에서 한참을 있으면 되었다. 그것뿐이었다. 


전시관덕분에 모든것들과의 이별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되었다.

지금 내가 혼자인것에 익숙한 것처럼, 모든것들도 나의 부재에 익숙해지리라. 모든것들이 내 부재에 익숙해지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은 내가 감당할 부분이 아니었다.

그저나는 저 조형물들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버티면 된다. 그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오갈테고 그 때 내 존재의 의미도 점차 드러나겠지. 내가 바락바락 애를 쓰지 않아도 말이다. 


시간이 다되어 면접 대기실로 자리를 옮기고.

그렇게 수월하게

자연스럽게

떨지않고

면접실을 나왔다.



의식의 흐름에 맡긴 오늘의 글은 엉망이다.

글이 엉망인지 나의 의식의 흐름이 엉망인지 의식자체가 엉망인지도 알수없다.

나는 그저 2023년도와 이별을 고하는 자리로 한걸음 더 나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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