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무계획에 대하여
∙ 9월 8일 기준, 현재 백수 8일 차다.
∙ 그만둘 때 기분? 시원 씁쓸했다.
∙ 요즘은 하루 종일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 여행을 갈지, 여행지에 정착할지 고민 중이다. (조만간 짧은 여행은 한 번 다녀올 생각이다)
∙ 고민만 주야장천 할 것 같아 집을 내놓았다.
∙ 중국인 두 명이 9월 17일 이사 오기로 했다.
∙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 그 사이 아는 후배의 지인으로부터 프리랜서 오퍼를 받았다.
∙ 당분간 카페에서 일하며 리프레시하겠다는 허황된 계획은 접어두었다. (일단 나이에서 걸러지더라. 팍팍한 세상이다)
∙ 짐 정리도 해야 하고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일단 오늘까지는 아무 생각 안 하기로 했다.
∙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무위도식 버러지만 되지 말자.
∙ 제주도 방세를 알아보기도 했다. 파주도 괜찮을 것 같다.
∙ '미니멀리즘'을 실천해볼까 한다. 간간이 버려야 할 옷들을 골라내는 중이다. 화장대, 서랍, 소파도 모두 필요한 이들에게로.
∙ 엄마, 아빠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못했다.
∙ 늦은 아침을 먹다가 문득 카드값 걱정이 되었다.
∙ 이민을 준비하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 '미드'와 어플, 동영상 강의로 짬짬이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 나른한 오후,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을 재미 삼아 보다가 잠시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 평일 낮 토실토실 살이 오른 강아지를 안고 해변을 산책하는 그들의 여유와 시간과 돈이 부러웠다.
∙ 지금의 나는 누군가를 마음껏 부러워하기도 하고, 마음껏 상상하기도 하고, 마음껏 멍을 때리기도 한다.
∙ 마음껏 자고, 마음껏 먹고, 마음껏 읽고 본다. 간혹 머리가 아픈 것은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다.
∙ 나는 지금, 천금 같은 평온함과 모래알 같은 불안함을 얻었다.
∙ 새벽 4시 20분, 이 글을 쓰고 난 후에도 늦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 나는 지금, 다음날 할 일이 없다.
∙ 할 일이 없어서 행복하다. 고민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