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너의 길이었던 적 없는 그 길을, 너는
이 길은 너의 길이 아니다.
한 번도 인연이었던 적 없는 어느 낯선 이의 길이다.
매끈한 구두를 신고 근사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너의 낯선 이'를 향해
너는 맨발의 웃음으로 행복하라 외치고 있다.
이 길의 영광은 어디까지고 낯선 이에게로 향한다.
함께 걸음으로써 비로소 빛을 발하는 명예와 부는 너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너는 함께 걷고 있다.
한 번도 너의 길이었던 적 없는 그 길을.
낯선 이가 탄탄하게 쌓아 올린 판타지에 취했을 뿐이란 걸 알면서도
너는 또 함께 걷는다.
그 판타지가 언제까지고 무너지지 않길 바라면서
기꺼이, 자신의 구두마저 내어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