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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에서 인심난다

회고

by Han

2인 식탁으로 채워진 비좁은 샐러드 가게에서 홀로 식사를 했다.
악취미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안팎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습관이 있다. 서로를 경계하듯 테이블은 한 자리 간격으로 자리가 숭덩숭덩 비워져있었다.

세 명이 함께 들어왔다. 자연스레 함께 앉을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별 일 아니라는 듯, 한 명이 남은 두 사람에게 같이 앉으라며 내 왼편에 비어있는 테이블로 눈짓하더니 한 켠에 홀로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딱히 배려하고 싶은 티를 내고 싶지 않았고, 유난 떨면서 인자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모른척 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이 똬리를 틀어 조용히 셀프 퇴식구 옆 빈 자리로 옮겼다. 그러고나서 홀로 떨어진 동료를 부르더니 셋이서 도란도란 대화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나조차 온전히 살펴보기 힘들 때가 기억났다.
출근길 회사 로비에 들어갈 때 문 잡아서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앞 사람이 에어팟을 집어 넣다가 한 쪽이 바닥에 떨어졌어도 주워 줄 여유조차 없었다.
발길을 멈추고 말을 거는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달리기에서 발을 멈추면 영원히 달릴 수 없게 될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머지 않아 우울증과 공황증세가 뛰쳐나오지 못하게 사직서에 꽁꽁 묶어두고 나왔다.
그 때를 떠올려보면 왜 그렇게 몸이 무겁고 세상이 뿌연 회색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다시 알고 싶지도 않다. 아무래도 보살피는 마음을 나한테 쉼 없이 쏟아내도 이미 밑 빠진 마음은 채울 수가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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