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아름다운 풍경에 녹아들거나 지금 느끼는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해서 두고두고 되돌려보고 싶을 때, 나도 모르게 핸드폰의 카메라 앱을 무의식적으로 여는것 같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수 천장 되는것 같다.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적은 없고, 간혹, 우연히 사진첩에서 그 기억들을 끄집어낼 때가 있다.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이 내 눈 앞에 차려지면 손보다는 카메라가 먼저 앞선다.
누군가 그걸 헤집어버릴 심산이라면 마치 사건 현장을 보존하듯 강경한 제제가 가해진다.
얼마 전까지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 했다.
공연장에서 꿈에 그리던 가수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다.
그런 관중들을 보고 우매하다며 비난하고 핸드폰이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이라며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순간을 붙잡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와 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간절함이라는 감정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으로 표현되는게 아닐까 싶다.
고도로 발달한 미래를 그리는 창작물에서는 기계의 지배를 받던가, 굴복하던가, 혹은 퇴행하던가 등 극단적인 양상을 그려낸다.
어쩌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융화되어가는 과정 중에 하나로 지금 이 순간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언젠가 다시 또 이 감동을 느끼고 싶다는 감정 표현 중에 하나가 보관이라는 기능을 상실한 무의식적인 촬영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순간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저장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