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어렸을 적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겨했던 나는 어린 나이에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법을 배웠다. 가상 세계 속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는 형태가 정말 다양했다.
그 중에 가장 빈번한 건 아이템 거래 사기인것 같다. 아마 90년대 생의 대부분은 온라인 게임에서 사기를 겪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름 구김 없이 자랐던 유년시절이라 그런지 엄청난 트라우마로 다가왔다.
그 트라우마는 방어 기제로 작용해 인간 관계에 있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상처받기 두려워서인것 같다.
여러 조건에 부합한 집을 찾다가 만족스러운 곳을 발견해서 주말에 계약하기로 했다.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면밀히 알아봤다.
특히나 내 걱정까지도 대신해주는 아내는 잠 잘 시간을 미뤄가면서 여러 케이스를 따지곤 했다.
사기라는건 어떻게 대비를 해도 당할 수 있는 교통사고라고 생각한다. 사기를 치기로 작정한 사람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법의 보호를 받는 조건이어도, 서류적인 결함이 없어도, 가능한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 해도,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운명론적, 비관론적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일이라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운이 계속 좋아서 일어나지 않았을 뿐, 나에게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해서 축적한 결과물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다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받아들이기 싫어도 시간은 앞으로 흐른다.
내가 지금 행복할 백 만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사라져서 나머지 구천구백구십만—가지 행복이 불행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