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은 쾌락을 주지 않는다." - 미셸 몽테뉴
내가 다니는 헬스장 캐비넷 안 쪽에 적혀있는 문구다. 각 캐비넷 마다 동기부여가 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눈길이 잘 닿는 곳에 부착되어 있다보니 기억에 남는다. 마치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문구처럼 인상적이다.
처음엔 흔한 동기부여 문구려니 했지만 이상하게 자꾸 그 문장이 머릿속에 떠돌아 다녔다. 어떠한 일이든 간에 모든 분야에는 삶과 본질을 관통하는 맹점이 있다. 웨이트 리프팅 또한 삶과 맞닿아 있는 일맥상통한 본질이 있다.
대학생 때부터 조금씩 해온 웨이트 리프팅을 하며 느낀 건 정답은 없지만 절대적인 오답은 있다는 것이었다.
과시하기 위해 무게만 무작정 올리는 운동의 본질은 근육 성장이 아닌 부질 없는 체면을 살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남들이 해온 노력을 앞질러 가기 위해 만용을 부리다 약물에 손을 대는 말로엔 무협지로 치면 주화입마에 빠지는 꼴이 된다. 근육을 얻고 다른 걸 잃게 된다는 말이다.
웨이트 리프팅을 하면 도를 닦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내 심신이 지나치게 지치지 않을 정도의 아주 적당한 시간을 투자해서, 체력을 끌어올리지만 방전을 시키지 않을만큼 적당한 과부하를 주고, 세상의 모든 무게는 내가 다 들어버리겠다는 의욕만 간직한 채, 3개월 운동하고 약에 손대면서 인스타에 올릴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닌, 운동 조금 했다며 광배 펼치고 다니면서 운동하는 사람이 아닌, 역발산기개세 같은 괴성을 지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닌, 지난 번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12kg 10회를 들어올린 내가 오늘은 11회를 들기위해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행위를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평생 반복한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지만, 그저 해낸다. 왜라는 질문은 없다. 그냥 한다.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본질은 점진적 과부하다.
점진적 과부하는 근력 증진을 위한 절대적인 방법론 중 하나다. 내가 오늘 10 만큼 운동했고, 퍼포먼스를 개선하려면 휴식을 취한 후 10보다 더 많은 부하를 적용시켜야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방법론이다.
삶에서도 점진적 과부하라는 기법을 적용시킬 수 있다. 내가 만약 어제와 같은 만족을 추구하고 똑같은 안정감을 추구한다면 주어진 안정만큼 살게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비추고 있는 것처럼 삶은 가끔 숨 막히게 뜨겁다. 마른침만 삼키다 마신 시원한 물 한 잔처럼 쾌락은 고통이 지나야 더 선명해진다.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기쁨을 도모하기 위해선 고통은 필수불가결하고 불가항력적이다.
이제는 그냥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