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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보상

단상

by Han

도박, 술, 마약, 포르노, 심지어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보상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착취한다. 그만큼 즉각적인 보상은 인간을 조종하여 삶을 좀먹게 하는 위험한 물질인 것 같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본질적인 보상 심리를 잘 이용한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어떠한 행위를 하고, 그 행위에 대해서 보상이 뒤따른다. 그리고 이 보상은 매우 직관적이다.


일반적인 케릭터를 생성하여 성장시키는 RPG 게임에서는 힘, 민첩, 지능 이 세 가지의 큰 틀에서 가지치기 방식으로 신체적, 정신적 능력치를 설계해놓고, 나의 방향성에 따라 경험치를 쌓으면 이러한 능력치들을 제공함으로써 내 성장을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현실과 다른 점은, 현실세계에서는 이런 보상이나 결과물이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뇌보다 눈을 믿는 과오를 범하는 인간은 노동의 댓가를 돈으로만 환산하곤 한다. 그리고 보상의 크기에 따라 주변인들을 나래비 세워 누가 더 잘났는지 가상의 투기장 속에서 혼자 싸우고 혼자 패배한다. 패배가 많아질수록 마음은 물러터져 곪아버린다. 기대감을 낮추고 실망에 대비하며 살아온 삶은 여유를 잃어버린다. 여유는 삶의 희망과 같다.


엄청난 운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 인간은 노동을 해야한다. 그리고 엄청난 운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노동은 지루할 것이다. 보상 심리에 지배당하는걸 이용하기 위해 나온게 게이미피케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요소를 비게임 영역에 적용하는 기법으로, 게임과 같은 보상 체계를 설정해서 몰입과 성취감을 높이는 기법이라한다. 모기업에서는 게임 시스템처럼 업무를 실행하고 가시적인 보상을 제공한다고 한다. 본질적인 영역을 파고들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고통스러운 출근길, 지루한 업무, 그리고 퇴근 한 시간 전부터 시계를 보며 애먼 화장실만 들낙거리고 나면, 개인 시간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대다수는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술과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이미 확실한 보상이 무엇인지 알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하지만 더 나아가 삶에 "절제"라는 층을 켜켜히 쌓아 나만의 보상 체계를 조금 더 견고히 하는게 지속가능성을 통한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예시 중에 하나로 운동이 있다. 운동은 하기 전엔 고통스럽고 지겹지만, 끝난 후에 복합적인 성취감을 준다. 그렇게 쌓인 루틴은 결국 내 환경을 바꾸고, 그 환경은 내가 주도하는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만든다.


짜고 달콤한 음식만 탐하다보면 어느 순간 본능에 잠식되어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극적인 맛은 폭풍처럼 몰아쳐 혼을 쏙 빼놓고 끝은 허무하다. 담백한 자극은 격렬한 쾌락을 주지 않지만 슴슴한 여운이 천천히 감돈다.


그렇다. 확실한 건 매일 먹는 치킨보다 가끔 먹는 치킨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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