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 한다.
손은 늘 무언갈 쥐어줘야 직성이 풀리고,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생각들이 사방팔방으로 바느질해댄다.
어렸을 땐 생각에 잠길 시간이 많았다. 깨달음을 얻는 시간도 많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생각에 잠길 시간은 줄고, 깨달음을 얻는 횟수도 줄었다.
단순히 시간에 쫓겨살기 때문이 아닌것 같다.
존재하는게 아니라 무언갈 하기 위해 사는 느낌이다.
요즘엔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다.
출근 길과 퇴근 길엔 가만히 서서 음악을 들었다.
나만의 진리를 찾기 위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면 40분은 금방이다.
오랜만에 내 방 책상 서랍을 정리한 느낌이다.
얼마나 놓치고 있었나 싶다.
청록이 무성한 나무들이 춤 추는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잎 사이로 슬쩍슬쩍 비집고 들어오는 빛안개가 내 등을 안아주는게 얼마나 따스한지,
비 젖은 도로에 타이어 굴러 가는 소리가,
그리고 하루를 끝내는 사람들과 시작하는 사람들의 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가끔은 비워내고 싶다.
내일로 잡아 끄는 그 무언가를 털어낸다면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하지 않아도, 지금 그대로 존재해도 행복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