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는 인도 최대 도시이자 경제 수도입니다. 뉴욕, 런던 다음으로 빌리어네어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된 증권거래소가 있는 곳이에요. 그러나 뭄바이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는, 다라비 슬럼과 도비가트 노천 빨래터라고 생각합니다.
다라비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슬럼입니다. 2.1제곱킬로미터의 공간에 150만 명의 사람이 모여산다고 해요.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을 포함한 일대의 면적이 약 2 제곱킬로미터라고 하니, 얼마나 인구밀도가 높은지 가늠이 가시나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이곳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아이들이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씬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해요.
다라비는 단순한 주거 지역이 아니라 재활용과 제조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뭄바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70%가 이곳으로 와 재활용되고 재생산된다고 해요.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은 1년에 무려 2조 5천억 원이라고 합니다.
다라비 주민과 함께 골목을 걸으며, 이곳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고, 동의 하에 사진 촬영도 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입니다. 플라스틱을 모은 후에 퀄리티에 따라 손으로 하나하나 분류한다고 해요. 이후에는 그라인더로 작게 분쇄하고, 세척하고, 말리고, 녹인 후에 다시 용기나 의자 등으로 재가공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하루에 300루피 (약 4,800원)을 번다고 해요. 많지는 않지만 오너가 숙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돈을 모아서 가족들에게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공간은 비누를 재활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용된 비누를 수거해서 세척하고, 다시 녹이고 굳히는 과정을 거쳐 재활용 비누를 만든다고 해요. 이곳에서 만드는 비누는 피부에 사용하지는 않고, 주로 세탁 용도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일급은 500 루피 (약 8,000원)라고 합니다.
카드보드 상자는 귀퉁이를 잘라내고, 가장 외부와 내부 레이어를 제거한 후 새 종이를 덧대어 재활용합니다. 보통 3번까지 재활용이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종이로 사용한다고 해요.
가죽을 만드는 곳도 방문했습니다.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는 염소가 담뱃잎을 씹으며 반겨주었어요.
가죽을 만드는 작업은 꽤 복잡합니다. 먼저 동물로부터 원료 가죽을 얻은 후, 가죽을 보존하기 위해 소금을 치는 작업을 합니다. 이후, 워싱머신을 이용해서 소금과, 먼지, 불순물을 제거해요. 이곳에서는 60년 된 워싱 머신을 볼 수 있었는데요, 한 번에 500개 가죽을 세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로 헹군 가죽은 잘 말린 후에 탈회 및 연화, 무두질을 거쳐 부드럽게 만들고 기계를 이용해 잘라냅니다. 이후에 중화 및 염색을 하고, 가죽의 표면 모양을 내거나 광택을 내는 등 후처리 작업을 거쳐 가방, 신발, 옷 등의 제품으로 가공된다고 해요.
이 공장은 다라비라는 이름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도비'는 빨래하는 사람을, '가트'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즉, 도비가트는 빨래터라는 뜻이에요. 이곳은 '도비'라 불리는 빨래꾼들의 일터이자 집입니다. 약 5천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살며 빨래일을 한다고 해요.
도비들은 '박스(box)'라고 불리는 빨래 큐비클을 소유하고 있어요. 도비가트에는 860개의 박스가 있습니다. 보통 아버지에게 상속을 받아 대를 이어 빨래를 한대요. 이들은 뭄바이 지역 호텔, 병원, 가정집 등에서 나오는 빨래들을 담당하는데요. 보통 새벽 6시에 일을 시작하고, 빨래와 건조, 다림질을 오후 4시까지 마무리해서 세탁소에 보낸대요. 그러면 이 세탁소가 호텔이나 가정집 등 빨래를 맡긴 곳으로 다시 보낸다고 합니다.
뭄바이 사람들이 130년이 넘은 지금도 도비가트를 여전히 애용하는 이유는 세탁의 질 때문이라고 해요. 도비들은 대대로 물려받은 비법에 따라 세탁을 하고, 특별히 만든 세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얼룩을 제거하고, 흰 옷을 더 희게 만드는데에 탁월하대요.
최근에는 세탁 기계와 대형 건조기도 들여서, 더 많은 세탁물을 더 빨리 처리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빨래집게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빨랫줄을 꼬아서 옷을 고정을 하고 있었어요.
석탄 다리미를 사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다림질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주셨는데, 무거운 다리미로 누르니 주름이 금방 펴졌습니다.
다라비와 도비가트를 걸으며, 뭄바이 사람들의 일상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이곳 주민들은 성실함과 끈기, 헌신으로 매일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빛나는 사람들을 보며, 큰 힘을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