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per Sep 02. 2024

시대를 넘어 변함없는 가치를 가진 디자인 | 일본 교토

D&Department의 롱라이프 디자인

교토 여행을 준비하다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를 알게 되었어요. 이곳은 롱 라이프 디자인(Long Life Design)을 생각하고 전하는 곳입니다. 롱 라이프 디자인이란 긴 생명을 가진 디자인, 유행이나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보편적인 디자인이라는 뜻으로 디앤디의 창업자 나가오카 겐메이의 철학에서 시작된 개념이라고 해요.


디앤디파트먼트는 생산 연대나 브랜드, 신제품, 중고제품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 그 자체의 기능과 디자인을 검토하여 세계에서 수집한 생활 잡화와 가구, 소품 등을 판매합니다.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언제나 변함없는 가치를 가진 상품만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상품의 재매입을 보장한다고 해요.



디앤디파트먼트가 제품을 선별하는 데에는 다섯 가지 기준이 있어요.


1. 알기 –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담긴 물건

만드는 사람의 작업장을 방문하고, 그들의 생각을 직접 듣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과 물건에 대한 소신에 귀를 기울입니다. 만든 사람을 이해하고 생각을 공유하면서 물건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만든 사람의 생각을 물건을 통해 고객에게 전하면 물건이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2. 사용하기 – 먼저 사용해 본 물건

고객에게 물건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사용해 봅니다. 먼저 써보아야 사용할 때 느낌이나 느낌이나 물건의 장점을 고객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멋있는데 실제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검토하여 제작자에게 전달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3. 되사기 – 되사서 다시 팔 수 있을만한 수명의 물건

물건을 판매하고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고객에게 되사서 다시 팔아도 여전히 괜찮을만한 물건을 선택합니다. 금세 모양이 바뀔 것 같은 물건이나, 일부분이 망가지면 몽땅 버려야 하는 물건, 유행에 민감한 물건은 고르지 않습니다.

4. 고치기 – 수리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물건

가능한 한 수리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물건과, 고쳐 사용하는 일의 매력을 고객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수리할 수 없는 물건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수리에 대한 생각과 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제작자의 물건을 고객에게 소개합니다. 망가지면 새것을 사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물건을 선정하지 않습니다.

5. 지속하기 – 제작자가 꾸준히 만들 물건

그 제조회사에 스스로의 제품으로서 애정을 가지고 계속 만들고 개선해 나갈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그 제품을 애용하는 생활자와 똑같은 마음을 제조회사가 가지고 있지 않다면 롱라이프디자인이 될 수 없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 교토는 사찰 안에 위치하고 있어요. 과거 스님의 숙소였던 공간을 재탄생시켜, 매장에서 다다미방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답니다.


 


이곳에서는 교토와 관련이 있는 물건만 판매한다고 해요. 교토 전통 그릇, 컵, 가방, 식료품,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소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롱라이프 공예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어요. 브랜드와 상품의 매력, 생산자에 대해 소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후로시키가 테마였습니다. 후로시키는 일본적인 미감과 지혜가 담긴 정사각형 천으로 소중한 것을 보호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어요. 최근에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으로 인해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지이자, 일본 고유의 문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후로시키는 나라 시대에 처음 등장했대요. 당시에는 보물을 싸는 천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무로마치 시대에는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목욕을 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천을 깔았고, 이로 인해 '후로시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후 온천에서 자신의 물건을 쉽게 찾기 위해 가문 문양이나 상점 이름을 후로시키에 염색하거나 무늬를 추가하는 것이 유행했다고 해요.


브랜드 "무스비"는 교토에서 1937년에 창립된 후로시키 전문 브랜드입니다. 무스비는 생명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글자들의 합성어라고 해요. 이 회사는 몇 안 되는 후로시키 전문점 중 하나로서 일본인들에게 1,000년 이상 정성이라는 의미를 주었던 후로시키를 생활 문화로 진화시키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염색 및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독특한 조합 및 다양한 후로시키 사용법을 제안하고 있어요.



특별한 사람을 위한 선물 포장지. 모서리를 묶으면 완성되는 가방. 여행용 러그. 정사각형 천이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됩니다. 사용법과 디자인은 시대와 함께 다양해지고 있지만, 범용성과 편리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자유롭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후로시키이기 때문에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1,000년 이상 사용되어 온 것이 아닐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300년 넘은 브랜드가 향기를 파는 방법 | 일본 교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