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3가지 기술
브랜드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나요?
대학교 후배들을 멘토링하거나, 사회 초년생분들과 커피챗을 하면 브랜드 마케터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보통은 광고를 만들고 크리에이티브한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브랜드 마케팅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저는 (1) 소비자를 정의하고, (2) 소비자 관점에서 브랜드의 문제를 파악하여, (3)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고, 고객 친화적인 디자인을 하고,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커뮤니케이션하며, 그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모든 과정이 마케팅입니다. 좋은 마케팅은 고객의 인지, 고려, 구매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결국 브랜드의 매출, 수익 등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요. 이처럼 브랜드 마케팅과 비즈니스 빌딩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브랜드 매니지먼트"는 이 두 가지를 포괄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브랜드 마케터의 3가지 문제 해결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소비자를 이해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소비자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다르게 정의할 수 있어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화장품을 파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제품의 목표가 월에 5천 개의 제품을 파는 것이라고 했을 때, 한국에 있는 모든 탈모인들에게 도달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이런 경우, 소비자들을 세분화합니다. 탈모 진행의 정도, 탈모 관리에 대한 의지, 탈모 관련 제품에 대한 인지 정도 등에 따라 소비자 그룹을 세분화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아래가 몇 가지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 탈모가 이미 많이 진행이 되어 적극적으로 탈모 치료를 하고 싶은 소비자들
· 출산 이후 일시적으로 탈모가 진행되어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소비자들
· 초기 탈모 증상이 있어 탈모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
이렇게 소비자들을 관찰 가능하고, 도달 가능한 타겟으로 세분화합니다. 그다음 단계는 제품의 적합성과 경쟁력에 따라 소비자 그룹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예요. 심각하게 탈모 치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화장품보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의약품이 더 적절할 것이고, 처음 탈모 제품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탈모 샴푸가 더 익숙할 수 있겠죠? 이런 경우에는 초기 탈모를 겪고 있어 탈모 샴푸를 사용하고 있으나 다른 제품을 추가로 사용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탈모 완화 기능성 화장품의 주요 타겟이 될 수가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이 그룹의 규모가 브랜드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한지를 확인합니다. 탈모 샴푸 사용 인구와 만족도, 추가 제품 사용 의향을 살펴보았을 때 이 그룹을 타겟하는 것이 월 5천 개 판매량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면 이들이 주요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맡은 브랜드는 이미 아시아 1위를 하고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였기 때문에, 조금 더 주요 소비자들을 넓게 잡을 필요가 있었어요. 한국과는 다르게 제가 맡은 시장은 기초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채 50%가 되지 않았어요. 화장품을 아예 사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들을 타겟하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하는 동료들도 있었으나, 저는 그들에게 저희 제품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편이었거든요. 따라서 피부 고민,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도, 화장품에 대한 기대 수준, 다른 소비자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했고, 다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저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25-34세 여성 중 피부 상태 변화를 느끼고 있어 더 좋은 효능의 제품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주요 타겟으로 설정했습니다. 25세 미만이 겪고 있는 여드름과 여드름 자국/잡티 문제와, 35세 이상의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피부 노화 문제를 모두 겪고 있는 그룹이었어요. 이들은 저희가 맡은 지역 내에서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고, 관련 지출을 가장 많이 하고 있었으며, 다른 소비자 그룹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그룹이었습니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하는 것처럼 브랜드의 건강을 체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브랜드 헬스 트래커 (Brand Health Tracker)라고 부르는데, 보통 구매 퍼널 지표와 브랜드 자산 (Equity) 지표를 포함합니다.
구매 퍼널 지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고려하고, 구매하는 비율을 가리킵니다. 구매는 비보조인지 (Unaided brand awareness: 도움 없이 제품을 상기하는 비율), 보조 인지 (Aided brand awareness: 브랜드 이름을 말했을 때 인지하는 비율), 최초 상기 (Top-of-mind Awareness: 최초로 해당 브랜드 이름을 상기하는 비율) 세 가지를 측정하는데 이 중에 비보조인지를 메인 지표로 활용합니다. 보통 구매와 가장 연관도가 높거든요. 인지 이후에 고려, 구매하는 비율을 체크하면서 중요한 것은 어느 퍼널에서 소비자들이 이탈하고, 왜 이탈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브랜드 자산 (Brand Equity)은 브랜드가 대표하는 가치의 총합입니다. 스킨케어의 경우 "내 나이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브랜드", "과학적인 브랜드", "성분이 안전한 착한 브랜드", "모두가 이야기하는 브랜드" 등이 예시가 될 수 있어요. 여러 가지 가치 중에서 어떤 것이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성장시키는 가치인지를 정의하고 지속적으로 해당 지표를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브랜드의 경우에는 "내 나이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브랜드", "과학적인 브랜드", "탄력 있고 빛나는 피부를 만들어주는 브랜드" 세 가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건강검진 결과는 어땠을까요? 비보조인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그 결과로 구매가 충분히 일어나고 있지 않았으며, 3가지 주요 equity 지표 1위를 모두 경쟁사에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브랜드의 건강을 이해하고 나서는, 건강검진 결과와 브랜드의 목표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목표는 연간 12%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몇 명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계산하고, 이만큼의 구매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인지 - 고려 - 구매 지표가 분기별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중요한 세 가지 equity 지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각 파트의 담당자들이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가 쉬워집니다.
2번 단계에서 달성해야 하는 지표를 구체화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입니다. 현재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이 브랜드 성장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를 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요.
구매 동선의 앞단에서 이탈할 소비자들을 구매 동선의 끝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브랜드 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소비자와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희 브랜드의 경우에는 디지털 Impression (노출)과 클릭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이전까지는 TV 미디어에 대한 노출이 대부분이었는데, 브랜드 미디어 전략을 디지털 위주로 전면 수정하고 디지털 미디어에 맞는 소재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TV의 스토리텔링과는 다른 콘텐츠가 필요했기 때문에, 함께 협업을 할 에이전시 구조도 변경하고 내부 트레이닝도 시작했습니다.
다음으로, 고려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나 제품이 본인에게 관련이 있는 제품이라고 인식하고, 다른 솔루션과 비교를 했을 때 우리의 솔루션이 더 잘 맞고 좋은 선택지일 거라고 믿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소비자들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검색을 하고 비교를 합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 소비자 그룹이 고민하는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그 제품에 확신을 얻을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들이 가진 물음표를 모두 제거하는 것입니다.
저희 브랜드의 예시를 다시 들어볼게요. 먼저, 저희는 25-34세 소비자들의 피부 고민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레티놀 제품을 선택했어요. 잔주름, 여드름 자국과 잡티 등 변화하는 피부 상태를 개선하기에 좋은 제품이었거든요. 성분 위주로 쇼핑을 하는 소비자를 위해 "레티놀"을 제품 이름으로 선택했습니다. 이후 소비자들이 마음속에 가질 수 있는 물음표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이 브랜드 엄마가 쓰는 브랜드 아니야?
2) 이 제품 유명한 거 맞아?
3) 레티놀 쓰면 피부 붉어지고 따가워진다는데, 부작용 있는 거 아니야?
4) 이 제품 진짜 효과 있는 건가?
5) 레티놀 쓰면 피부 건조해진다던데, 써도 되는 건가?
이 브랜드가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관련성이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해당 나이대의 인플루언서들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제품력이 좋아, 주요 스킨케어 커뮤니티에서 금방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수상을 하고 커뮤니티 내 1위 제품으로 진입하며 제품이 검증된 유명한 제품이 맞는지에 대한 걱정도 덜어줄 수 있었습니다. 레티놀 관련된 검색 중에는 "purging", "before & after", "hydration/dryness"가 굉장히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부작용과 효과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해당 키워드를 공략해서 제품 데모와 실제 소비자 후기들을 충분히 활용했습니다. 피부가 뒤집어질 위험이 있는 타사 제품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과도 확실하다는 점에 소비자들이 반응했어요. 이를 통해 소비자 "고려" 지표, 저희 브랜드 검색량과, 해당 제품 검색량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구매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제품의 가용성 (availability)와 가격이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이 주로 쇼핑하는 드럭스토어와 하이퍼마트 등 주요 채널에 진열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찾았을 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10%, 20%, 25%, 40%, 50%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테스트하고, 가장 큰 효과를 주는 할인 폭과 할인 빈도도 정했습니다. 이 일련의 활동들은 이 제품을 히어로 제품으로 이끌며, 브랜드 성장을 견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는 것입니다. 마케터는 소비자를 대변하는 사람이고,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하여 비즈니스를 키우는 사람이니까요.
오늘도 소비자와 비즈니스의 윈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브랜드 마케터분들께 응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