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신제품 출시를 위한 3가지 질문
1950년대에 제품 하나로 시작한 우리 브랜드는, 칠순이 넘어가며 수백 개의 제품을 전 세계에 파는 브랜드로 진화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다양한 마켓의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신제품을 론칭하는 것은 혁신의 증거이자 브랜드 성장의 발판이었습니다.
신제품은 소비자, 브랜드 담당자, 유통사 모두에게 매력적입니다. “신제품”, “New” 딱지가 붙은 제품들은 매장에서 고객들의 시선을 훨씬 더 끌고, 클릭률을 효과적으로 증가시킵니다. 좋은 신제품이 나오면 유통사들은 매대를 늘려주기도 하고, 온라인 쇼핑 화면에서도 잘 보이게 노출해 줍니다. 그래서 신제품을 준비하는 브랜드 담당자들은 신제품이 소중합니다. 브랜드의 모든 문제를 이 신제품이 해결해 줄 것 같거든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신제품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제품이 브랜드에 독으로 작용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제품에만 집중하는 경우
2) 신제품을 너무 자주 출시하는 경우
3) 기존 브랜드의 포지셔닝에서 크게 벗어난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
우리 브랜드는 이 모든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긴 후 혼란에 빠져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브랜드가 어려워진 상황, 위기에 빠진 브랜드를 구해보겠다고 우리 브랜드는 신제품 개발과 론칭 준비에 박차를 가합니다. 제품도 만들고, 패키징도 만들고, 광고도 만들고, 마켓과 협업을 하다 보니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집니다. Go big or go home. 팀원들은 신제품에 모든 투자를 올인하기로 하고, 기존에 매출을 담당하던 제품에 대한 투자를 전부 철회합니다. 신제품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었지만, 기존 제품 매출 빠지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독에 큰 구멍을 뚫고 물을 붓기 시작한 것이죠. 아직 신제품에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던 우리 브랜드는, 왜 신제품이 잘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하고 이에 매몰됩니다. 잘못된 신제품을 냈다고 결론을 내고, 더 나은 신제품을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합니다. 6개월 후 새로운 신제품에 다시 포커스를 합니다. 기존 제품의 매출이 여전히 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던 첫 신제품의 성장이 멈춥니다. 두 번째 신제품도 결국 브랜드를 성장시키지 못합니다. 밑 빠진 독을 바라보던 우리 브랜드는, 다른 독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 브랜드는 라이프스타일 스킨케어 브랜드였는데 더마 제품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더마 신제품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낸 더마 신제품은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팀원들은 지쳐버렸습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고 유명한 제품이 있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기존 제품을 계속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해요. 기존 제품에 대한 투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신제품을 서포트를 하거나, 기존 제품을 함께 성장시키는 헤일로 효과 (halo effect)를 낼 수 있는 신제품을 론칭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닥터자르트에서 시카크림을 성공시킨 후, 제형과 사용 방법에 변화를 주며 시카페어 라인을 확장시킨 것이 하나의 예시입니다. 크림 이후 세럼, 젤크림, 트리트먼트, 마스크 등으로 확장했으나 시카페어 라인을 강조하며 기존 신제품을 함께 노출했기에 독에 구멍을 내지 않고 물을 부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브랜드의 가치와 자산을 강화시키는 신제품에 집중해야 합니다. 새롭고 차별화된 제품만을 추구하며 기존 제품의 포지셔닝에서 크게 벗어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우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특정한 인지 가치를 형성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인지 가치에서 벗어난 제품이 출시되는 경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브랜드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브랜드 마케터들은 다음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브랜드의 강점과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
2. 카테고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가?
3.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경쟁 우위가 확실한가?
어느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살아남은 브랜드라면,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브랜드의 강점과 특징이 있습니다. 이 강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차별성과 혁신에 치중하여 브랜드의 코어를 잊어버린다면, 신제품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칠순의 우리 브랜드는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오랜 기간 1위를 해온 만큼 제품의 효과와 브랜드의 신뢰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제품력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신제품들은 단순히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오는 것을 넘어,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웁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더 지불 가치가 있는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들거든요. ‘더 많은 소비자 X 더 큰 지불 가치 X 더 많이 사용’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예시를 먼저 살펴볼게요.
더 많은 소비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출시 프레젠테이션이 주었던 임팩트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이폰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며 전무하다시피 한 스마트폰 시장을 탄생시켰어요.
구매 장벽 (barrier) 제거: 제로 음료가 탄산음료 시장을 성장시켰습니다. 살찔 것 같아서 탄산음료를 먹지 않았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지요.
더 큰 지불 가치
더 좋은 효과: 다이슨은 3-5만 원대 제품들이 점유하고 있던 헤어드라이어 시장에서 4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으로 성공합니다. 소비자들이 충분히 지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지요.
시간 절약: 머리 감을 때 트리트먼스 기다리는 시간, 마스크팩 하는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분들 많을 거예요. 그래서 7초 트리트먼트, 3초 트리트먼트와 같은 신제품들이 각광을 받는 것 같아요. 시간은 금이잖아요.
더 많이 사용
더 자주 사용: 배달음식 어플이 나오며 배달 음식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존에 배달 서비스를 자체 제공하지 않던 맛집부터, 전단지가 아니면 알 수 없었던 집 주변 업체까지 주문의 폭이 넓어져 더 자주 배달 음식을 시켜 먹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사용: 세제 브랜드 타이드는 소비자들이 세제를 적정량보다 적게 사용해서 제대로 된 세척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뚜껑에 계량할 수 있는 눈금을 넣었다고 해요. 소비자들이 적정량이 얼마인지는 인지하게 되면서, 한 번에 더 많이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는 세척력이 대한 만족으로 이어져 재구매와 입소문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저희 브랜드도 이 프레임 워크를 기반으로 신제품을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안티에이징 시장에서는 주름을 줄여주는 제품만 있었는데, 이를 뛰어넘어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리버싱 (reversing) 테크놀로지를 개발했고, 레티놀 성분이 피부를 따갑게 해서 사용을 못하시는 소비자 분들의 구매 장벽을 없애기 위해 성분을 혁신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어떤 안티에이징 제품보다 훨씬 더 뛰어난 효과를 전문 기관, 피부과 의사, 소비자 분들께 검증받았고, 피부에 빠르게 흡수될 수 있도록 성분 배합과 제형을 변경했어요. 또한 세럼 스포이드를 변경하여, 적정 사용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했습니다.
아무리 제품이 객관적으로 좋다고 해도, 소비자 마음에 각인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따라서, 소비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이 제품 진짜 좋다!라고 느끼는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신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숫자로 된 제품의 스펙으로 경쟁 우위가 결정되는 카테고리가 있는 반면, 소비자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중요한 카테고리가 있거든요. 저희 브랜드는 스킨케어 브랜드였기 때문에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담당한 마켓의 소비자들에게는 제품, 성분, 패키지, 사용감, 콘셉트가 중요했습니다.
제품: 사용 전후 뚜렷한 피부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의 효능
성분: 순수한 성분, 체내 흡수력이 높은 성분, 높은 함유량, 안전한 성분
패키지: 사용하기 편한 펌프/용기, 화장대에 올려놓고 보기에 예쁜 패키지
사용감: 빠른 흡수력, 끈적이지 않는 가벼운 사용감
이야깃거리: 기억에 남는 콘셉트와 스토리
이 과정은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진행했는데, 보통의 소비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브랜드 담당자처럼 제품만 생각하는 분들이 아니니까요. 따라서 구체적인 예시와 stimuli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이 경쟁 우위라고 느낄 수 있는 시그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경쟁 우위의 시그널을 알아냈으니, R&D, 패키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습니다. 몇 개월 후 모든 부서에서 만족할만한 제품이 나왔고, 그 제품이 브랜드를 살리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