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는 왜 밀가루왕의 집을 선택했을까 | 중국 상하이

by Harper

‘프라다 롱자이(Rong Zhai, 荣宅)’는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프라다가 상하이에 복원한 역사적 저택이자 문화 공간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쇼룸이나 이벤트 공간이 아닙니다. 프라다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중심에 스스로를 새겨 넣기 위해 선택한, 가장 우아하고도 치밀한 맥락적 접근의 결정체입니다.



1. 프라다는 왜 밀가루 왕의 집을 선택했을까?


롱자이는 20세기 초 중국 근대 산업을 상징하는 인물, ‘밀가루 왕’ 롱종징(荣宗敬)의 저택입니다. 그는 당시 중국 밀가루 생산량의 3분의 1을 책임지며, 서구 자본에 맞서 자생적 산업을 키워낸 ‘애국적 자본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저택은 1918년, 롱종징이 독일인 소유주로부터 매입해 가문의 거처이자 비즈니스와 사교의 중심지로 활용한 공간입니다. 그는 이곳에 자신의 부와 예술적 취향, 그리고 시대의 야망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습니다.


프라다가 산 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올드 상하이가 누렸던 황금기의 시간, 상하이가 ‘동양의 파리’로 불리며 세계의 문화와 자본, 미학이 교차하던 그 역사적 맥락이었습니다.




2. 프라다는 왜 6년간 복원에만 집중했을까?


프라다는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패션을 단독의 영역으로 보지 않고 예술, 건축, 영화, 철학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갑니다.


그래서 프라다는 로고를 내걸고 빠르게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무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복원에만 집중한 것입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롱자이 프로젝트의 기준은 단순한 리노베이션이 아니었습니다.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1918년, 그 순간을 가장 정교하게 되돌리는 것.”


이를 위해 이탈리아와 중국의 장인들이 한 공간에 모였습니다. 서양의 과학적 복원 기술과 중국의 전통 재료·공예가 만난, 보기 드문 협업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복원가들은 세척과 화학 분석을 통해 색과 재료의 원형을 추적했고, 중국 장인들은 전통 가구 제작, 수작업 타일, 로컬 목재 가공으로 이를 현실로 구현했습니다.



롱자이의 상징인 대연회장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리 조각 하나하나를 분해해 세척한 뒤, 사라진 부분은 1918년과 동일한 광물성 안료와 전통 가마 소성 방식으로 복원되었습니다. 바닥과 벽을 채운 수천 장의 에나멜 타일 역시 단순 보수가 아닌 ‘재현’이었습니다. 크기와 문양, 질감까지 당시와 동일하게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벽면을 감싸던 티크나무 패널과 조각들은 오랜 페인트와 왁스 층 아래에 묻혀 있었습니다. 복원팀은 화학 처리를 최소화하고 손으로 직접 표면을 벗겨내 나무의 결을 되살렸습니다. 롱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조각들 또한 원형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치장 벽토 역시 현대식 페인트 대신 석회와 천연 재료를 배합한 전통 방식으로 시공해,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표면을 선택했습니다.



이 6년의 기다림은 결과적으로 가장 강력한 브랜드 무비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프라다를 시간을 투자해 문화를 보존하는 장인 공동체, 그리고 그 진정성 위에 제품을 올리는 브랜드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배울 점 1. 맥락을 설계하라


유현준 교수는 좋은 건축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그 땅에서는 훌륭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면 이상해지는 건축.”


장소가 바뀌면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맥락에 정교하게 설계되었다는 뜻입니다.


프라다가 번드나 현대적 랜드마크 빌딩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또 하나의 멋진 배경에 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롱자이를 선택함으로써, 공간 자체가 프라다의 철학을 말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프라다는 ‘밀가루 왕’ 롱종징이라는 인물의 애국적 자본가 서사를 함께 끌어옵니다. 이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종종 직면하는 ‘자본주의적 침략자’라는 거부감을 지우고, 스스로를 지역 유산의 수호자로 재정의하는 전략입니다. 소비자가 이미 신뢰하고 있는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찾아, 그 가치를 보호하는 후원자가 된 것입니다.



배울 점 2. 브랜드 메시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라


브랜드 빌딩에서 ‘진정성’은 종종 비효율에서 드러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속도의 경쟁이 아니라, 아무나 감내할 수 없는 시간의 투입이 격차를 만듭니다. 타일 하나하나를 닦아낸 시간, 장인을 투입해 원형을 고집한 선택들은 고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브랜드는 타협하지 않는다.”


고객은 브랜드가 얼마나 쉽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어렵게 지켜냈는지에 열광합니다. 프라다가 믿는 장인정신은 슬로건이 아니라, 이 공간 자체로 구현되었습니다.



프라다 롱자이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브랜드는 단순히 메시지를 외치거나, 시장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어떤 맥락 속에서, 얼마나 오래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증명하느냐가 브랜드의 힘을 결정합니다. 프라다는 그 공간과 역사, 그리고 장인정신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시간과 맥락 속에서 성실하게 쌓인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로 프라다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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