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왜 도서관을 만들었을까? | 중국 상하이

by Harper

2025년 11월, 샤넬은 상하이 현대미술관(PSA) 안에 'Espace Gabrielle Chanel'이라는 복합 문화 공간을 열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가방을 보여주는 쇼룸이 아닙니다. 5만 권의 예술 서적이 담긴 도서관, 극장, 디자인 센터를 갖춘 거대한 '지식의 허브'죠.


최근 중국의 부유층은 단순히 고가의 가방을 소유하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문화적 안목과 지적 품격을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샤넬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상하이에서 가장 수준 높은 지식인들이 모이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빌려,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당신은 샤넬의 예술적 철학을 공유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문화적 소속감을 선물한 것입니다.





반면 러쉬는 가장 뜨거웠던 2025년 여름, 축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역대급 폭염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 흘리는 페스티벌 현장은 사실 '씻고 싶다'는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지는 곳이죠.


러쉬는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땀에 젖은 관객에게 등목을 해주고 머리를 감겨주며, 악취 나는 이동식 화장실을 향긋한 러쉬 향으로 채웠습니다. 고객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죠. 이런 경험은 고객의 기억 속에 브랜드의 이름을 가장 선명하고 다정하게 각인시킵니다.




매장을 열고 고객을 기다리는 방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는 이제 자신의 성벽을 허물고 소비자의 일상이라는 거친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고객이 우리를 찾아오게 만드는 '선망의 대상'에 머물지 마세요. 고객이 열광하는 취향의 꼭대기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고객이 고통받는 갈증의 바닥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능동적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존재해야 할 자리는 매장 안, 선반 위가 아니라, 고객의 욕망과 결핍이 소용돌이치는 ‘삶의 민낯’ 앞입니다. 초대받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그 자리에 이미 도착해 있는 존재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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